오피니언

[세계의 사설/4월 23일] 금융개혁, 규제가 아닌 자율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내놓은 포괄적 금융개혁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법안은 미국 기업들의 투명한 재무회계와 감사보고를 규정한 지난 2002년 사베인스 옥슬리법의 재탕 버전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미 의회에서 금융위기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법안처리를 강행하려고 한다.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의 입지를 잃을까 두려우니까 이처럼 법제화를 서두르는 것 같다. 물론 공화당은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은행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납세자ㆍ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화당이 나서야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 법안에는 소비자금융보호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규제기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에 설치되지만 규제조항 설립, 금융상품 및 서비스 조건의 규정 등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다. 이 기구는 그러나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은 건드리지 못하고 지역 중소은행과 자동차 할부금융사 등에만 두려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기구 운영을 정치인이 좌지우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평가회사 개혁방안도 문제가 있다. 법안은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권한을 강화하고 소송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법안에는 정부가 '공인된 위험수준 결정자'라며 신용평가사들에 부여한 특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이 법안 역시 이른바 '대마불사'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법안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금융당국에 지나치게 큰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FDIC는 지불능력이 충분한 은행에도 지급보증을 해줄 수 있고 대형 금융회사들에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내세우며 구제금융 혜택을 또다시 선사할 수 있다. 규제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권한을 너무 키우면 이 같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공화당은 금융당국의 무절제하고 편향적인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 금융시장의 안정과 복구를 꾀하는 방법은 자율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보다 나은 금융개혁법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공화당은 먼저 합심해 이번 법안통과를 막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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