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일본 근대화의 연원 중국에 있다

■ 중국화하는 일본<br>요나하 준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세계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는 일본이다. 가장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정착시켰으며 이런 사상적 변화를 토대로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룬다. 하지만 요나하 준 아이치현립대 역사학과 교수는 동아시아에서의 근대는 이미 1,000년 전 송나라에서 시작됐고 그 송나라에 도입된 사회 체계가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역사적 연원을 '중국화'라는 개념을 적용해 설명하고 있는 '중국화하는 일본'은 지난 2011년 여름 일본에서 출간된 후 인문서로는 보기 드물게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도쿄대 구내 서점에서는 판매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지식인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저자는 '중국화'와 '에도시대화'라는 개념으로 동아시아 1,000년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당나라에서 송나라로 바뀔 때, 즉 '중국화' 과정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송이 당나라까지 유지됐던 귀족제를 철폐하고 황제 1인의 독재 체제를 구축했으며 과거제와 군현제, 시장경제(청묘법)로 중국 '근대'를 열었다고 설명한다. 우선 과거제도를 도입해 능력 있으면 신분에 상관없이 지배층에 편입될 기회를 부여했다. 귀족의 장원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신분제를 폐지하고 사람들의 이동·직업 선택을 자유롭게 했다. 군현제는 황제의 명을 받든 관리들이 직접 영토의 구석구석까지 파견돼 나가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중앙집권이 시작되고 국가의 통합성이 제고된 것이다. 화폐장려정책인 청묘법은 물납을 대신해 화폐가 경제 생활 전반을 자리 잡게 한 것으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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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화'의 핵심이 기회의 평등이라면 '에도시대화'의 핵심은 결과의 평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결국 과거제가 자리 잡지 못했으며 고정된 신분제 속에서 새로운 인력 충원이 이뤄졌다. 에도시대는 실권자인 쇼군(將軍)과 형식상 우위인 왕이 존재하는 이원 체제였다. 유교적 정치이념을 표방한 송대와 달리 정치는 이익배분의 조정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를 통해 능력자가 높은 지위를 얻는 '중국화'와 달리 에도시대에는 하급무사가 실무를 도맡고 상급자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일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을 통해 일왕을 절대군주로 옹립하고 고등문관 임용시험을 도입하는 등 중국화를 선택했으나 적지 않은 저항을 받아 에도시대 전통이 근대화와 뒤섞인 독특한 일본체제를 탄생시켰다. 일본이 직면한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는 저자의 탁월한 식견이 돋보인다. 1만 4,8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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