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5월 7일]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정거장에서 각종 실험과 예정된 활동을 수행하고 무사히 귀환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우주인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처럼 우주인 이씨 탄생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역량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10년 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신장됐음을 보여준다. 지난 10년 사이에 우리의 여러 과학기술 모습이 변화했지만 그중에서도 대학과 산업체의 연구개발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산업체와 대학은 과거 출연연구기관이 담당하던 역할과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산업계가 총연구개발 투자의 75%를 담당하는 패턴이 굳어졌다. 대학에서 교육을 너무 등한시한다는 우려를 낳을 정도로 연구개발 활동과 성과가 대학의 역할과 교수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잡았다. 산업체와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많은 자원을 쓰고 있음에도 투입에 대한 성과가 미흡하거나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출연연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거나 소멸됐다는 견해로 비약되는 예다. 출연연의 역할은 그러나 결코 소멸된 게 아니다. 산업체와 대학이 제 역할을 담당하게 된 변화된 환경에서 출연연의 역할과 미션도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산업체는 상품화 혹은 제품개발에 직결되는 단기 현안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국내 산업체가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상품화와 직결되지 않는 시간이 걸리는 연구도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조차 상품화와 직결되지 않는 기반기술을 담당하는 중앙연구소가 없는 실정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미래의 경쟁력을 담보할 원천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에 일정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대학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아직 대학이 선진국처럼 진정한 의미의 기초연구를 하는 나라라고 보기에는 이르다. 대학의 연구를 들여다보면 기초에서 응용ㆍ개발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있다. 대학연구의 반 이상이 중소기업형 단기현안 과제에 치중하고 있다. 출연연은 지금까지 담당해오던 제품 생산에 직결되는 산업체형 기술개발과 대학이 맡아야 할 기초연구를 이제 접어야 한다. 경쟁 대상인 선진국들처럼 임계 규모 이상의 대형 기초연구를 주도하는 허브와 산ㆍ학ㆍ연의 역량을 모아 중장기 연구를 추진하는 ‘플랫폼’의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국민소득이 3만~4만달러인 나라가 되려면 누군가 상품화와 직결되는 않는 기반적 원천기술ㆍ공공복지ㆍ신에너지ㆍ거대과학 등 국가가 해야 하는 연구 즉 국가적 과제를 담당해야 한다. 이게 바로 출연연의 몫이다. 출연연에는 경험을 축적한 우수인력이 모여 있고 임무지향적인 연구조직의 관리와 경영 기반이 갖춰져 있다. 첨단 장비와 시설, 해외 연구네트워크 등 풍부한 인프라도 구비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임무와 기능, 운영체제 전반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연구주제에서 수요지향성을 강화하고 연구효율을 높여야 한다. 출연연이 기초연구의 허브와 국가적 과제의 플랫폼을 갖추면 대학 및 산업체와의 합목적적이고 실질적인 협동과 협업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와 인재양성이 결합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임무가 정부 출연연에 부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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