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힘 실린 아베노믹스 환율 100엔 돌파할까

■ BOJ 총재에 금융완화론자 구로다 내정<br>엔화 94엔대로 급락… 증시 급등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엔화약세의 발목을 잡던 걸림돌을 잇따라 걷어내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엔ㆍ달러 환율은 도쿄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약 2주간 머물러온 달러 당 93엔선을 내주고 94엔대로 급락, 3년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닛케이지수도 2.43% 급등한 1만1,662.52로 마감하며 주가지수를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으로 되돌려놓았다.


대담한 금융완화론을 주장해온 구로다 하루히코(68ㆍ사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신임 일본 중앙은행(BOJ) 총재로 내정되면서 아베노믹스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실상 엔저를 용인했다는 소식도 한몫을 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ㆍ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다음달 퇴임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 후임에 구로다 총재를 내정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구로다 총재는 정통 재무관료로 국제금융계에서도 두터운 인맥을 쌓아왔다.


그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재무관(국제금융 담당)으로 일하며 노골적으로 엔고 시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주도했다. 또 BOJ에 물가목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대표적인 금융완화론자로 꼽힌다. 2005년부터는 ADB 총재로 8년간 재직했다. FT는 "세계 3위 경제대국이 향후 5년 동안 직접적인 통화완화를 더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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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부총재에는 이와타 기쿠오 가쿠슈인대 교수와 나카소 히로시 BOJ 국제담당 이사가 유력하다. 일본 언론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자는 '인플레주의자'인 학자와 BOJ 실무통 중에서도 국제결제은행(BIS) 시장위원회 의장을 지낸 국제파 인사가 동시에 인선되며 3자가 역할을 부담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를 전면적으로 지지하는 인사들을 BOJ에 배치함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인선으로) 달러당 95엔의 두터운 벽을 무난히 뚫을 수 있을 것"이라며 "95~100엔선에서는 각국 간 '통화외교'가 중요한데 다른 나라의 개입 우려를 완화하면서 100엔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베스트' 인사에 가깝다"고 평했다. 신문은 이어 "국제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 총리의 바람대로 BOJ 수장에 오르게 되면 조정세인 환시장도 중장기적으로 달러당 100엔대에 안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구로다 총재는 '2%의 인플레이션 타깃'이 2년 내에 실현돼야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BOJ의 매입자산이 장기국채ㆍ회사채ㆍ주식 등으로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 취임 이후 엔화약세나 증시강세가 당분간은 이어지겠지만 장기적 효과가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통화완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은 일본증시에서 차익실현에 나서는 등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WSJ는 "신임 총재가 임무를 완수한다 해도 일본경제가 구조적 개혁 없이 보수될 수는 미지수"라며 "'일본병'의 대부분은 통화정책으로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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