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김주영 한누리 대표변호사

"약자 권익 대변 '플렌티프 로펌'이 꿈이죠"<br>소액주주 집단소송 전문으로 기업들엔'눈엣가시'지만 '힘의 논리' 뒤집을땐 일하는 맛<br>부친·친형과 한누리서 한솥밥… 탤런트 뺨치는 외모덕에 '의류모델 1호 변호사' 기록도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김주영 한누리 대표변호사 "약자 권익 대변 '플렌티프 로펌'이 꿈이죠"소액주주 집단소송 전문으로 기업들엔'눈엣가시'지만 '힘의 논리' 뒤집을땐 일하는 맛부친·친형과 한누리서 한솥밥… 탤런트 뺨치는 외모덕에 '의류모델 1호 변호사' 기록도 김홍길기자 what@sed.co.kr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플렌티프 로펌(Plaintiff Law Firmㆍ원고소송 전문 로펌)’은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다. 증권관련 소송이나 집단소송에서 원고측 대리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을 뜻하는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편화 돼 있다. 대부분의 로펌이 기업측을 대리한다면 플렌티프 로펌은 증시로 따지면 일반 ‘개미’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한누리의 김주영(44ㆍ사진) 대표변호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플렌티프 로펌을 꿈꾸고 있다. ◇플렌티프 로펌을 꿈꾼다= 김 대표는 90년대 중반 김앤장에서 일하다 97년 참여연대에 합류하면서 원고소송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주영이라는 이름을 알린 것도 이 때 부터다. “김앤장 경험이 현재 변호사 생활의 밑천이 됐다”고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은 곳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향한 욕심에 과감히 김앤장을 뛰쳐나왔다. 김 대표는 2~3년간 참여연대에서 증권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를 밑천으로 주주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누리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일반 로펌에서는) 기업과 일을 하기 때문에 일이 중심이 되기 쉽지만 (한누리에서는) 피해자인 주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 중심이 된다”며 “피해자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사건을 같이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변호사로서 참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김 대표는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돈 버는 변호사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아니면 원고소송 로펌의 변호사들이다. 앞으로 집단소송이 국내 법률시장의 핵심 분야로 떠오를 것으로 확신한다”며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였다. ◇무미건조한 듯 정감있는 스타일= 김 대표의 첫 인상은 무미건조하다. 목소리도 작다. 생긴 얼굴은 탤런트 뺨치지만 성격은 그리 호탕해 보이진 않는다. 스스로가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할 정도로 수줍음도 많다. 변호사 생활에 치명적 약점이 아니냐고 묻자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며 웃었다. 김 대표는 독특한 버릇이 있다. 질문을 받으면 즉답을 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지, 아니면 이 날 인터뷰에서만 그런 지는 알 수 없지만 최종 대답을 하기까지 일정한 ‘예열’을 거친다. 예를 들어 “집단소송을 하게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고 물으면 30초 정도 침묵하다 말문을 여는 식이다. 인터뷰 말미에 이 독특한 버릇에 대해 물어볼까 했지만 나름대로 신중함도 느껴지고 괜한 질문 같아 묻어 뒀다. 돈을 많이 버느냐는 질문에 예열을 거친 뒤 나온 대답은 이랬다. “일반 민사소송보다 집단소송이 수익성 면에서 훨씬 낫다. 원고를 모집하기 어렵고 성공보수가 낮은 것이 단점이지만 국민들의 법 의식이 선진화되면 이런 부분도 앞으로 개선될 것이다.” ◇‘의류모델 1호 변호사’ 기록도= 김 대표는 법조인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대법관 출신인 김상원 변호사가 부친이고, 김주현 변호사가 형이다. 모두 한누리에서 일하고 있다. 사법연수원을 나와서는 곧바로 김앤장에 입사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큰 키와 준수한 외모 덕에 김앤장 변호사 시절 로가디스 양복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어렵다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김 대표 사전에는 ‘실패’라는 단어가 없는 듯 하다. 뿐만 아니라 2003년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아시아 스타 25인’에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당시 시상식에 참석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덕분에 정치권에서 러브콜도 심심찮게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정치인들은 남들의 주목을 받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만 한 순간에 타락할 수도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정부분야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며 마음속 꿈을 살짝 내비쳤다. ◇기업들에는 ‘눈엣가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김 대표를 불편해 한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집단소송을 활성화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선례가 되는 판결도 다수 이끌어 냈다. 하지만 기업들과는 늘 대척점에 서 있다. 김 대표는 “법의 논리로 힘의 논리를 뒤집었을 때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낀다”며 “힘의 논리는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인 반면 법의 논리는 권리자가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년여 전부터 한누리의 집단소송 실적이 괄목한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사주 공모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게 2,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현대투신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사건을 꼽았다. 당시 김 대표는 300억여 원의 손해를 본 소액주주 1,500여 명을 모집해 2심에서 15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집단소송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2000년부터 집단소송에 매진한 결과가 지난 해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의뢰인과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 김 대표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의사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했다. 의사가 육체의 질병을 치료해 준다면 변호사는 ‘관계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부ㆍ채권자ㆍ채무자ㆍ회사와 주주간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변호사”라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의뢰인과의 공감대’를 꼽았다. 10여 년의 변호사 생활 끝에 어렵게 체득한 산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의뢰인의 말을 아예 무시해버리거나 불리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가 하면 의뢰인에게 무시당할까 두려워 모르는 것도 아는 체 하는 변호사가 적지 않다”며 “의뢰인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은 변호사가 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실은 자신도 변호사 초짜 때는 이렇게 생활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제는 연륜이 묻어나 의뢰인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그는 판사와의 관계도 언급했다. “판사와 경쟁하려는 변호사도 일부 있는데, 판사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 대표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의 최대 장점은 ‘의뢰인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나 평탄하게 자랐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의뢰인과 함께 호흡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다 보면 나 자신이 성숙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항상 도덕성과 상업성의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벌 수 있었고 따라서 사회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했지만 요즘은 밥벌이 자체가 힘들다 보니 변호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회봉사라는 미덕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만 추구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 법무법인 한누리는 국내 로펌선 첫 '소액주주소송 전문'… 반독점소송으로 업무영역 확대중 법무법인 한누리는 2000년 7월 국내 최초의 소액주주소송 전문 로펌으로 출발했다. 증권소송과 집단소송 분야에서 거대 기업에 맞서 소액주주와 소비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원고소송 전문 로펌(Plaintiff Law Firm)의 선두주자다. 각종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기업집단의 '반칙행위'에 제동을 걸어 불법적 관행들을 개선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투신의 러시아펀드 부실운용, 한일약품공업 공모증자, 현대투자신탁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실권주 공모 소송 등 굵직한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소속 변호사들은 오랜 기간동안 투자자소송 내지 기업지배구조 관련 분쟁을 담당해 온 전문가들이다. 김주영 대표 변호사의 부친이자 대법관을 지낸 김상원 고문변호사와 친형인 김주현 공동대표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출신인 김민희 변호사, 전영준 변호사가 소수정예로 팀워크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소송과 집단소송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독점소송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약력 ▦1965년 서울 출생 ▦1983년 서울영동고 졸업 ▦1986년 사법시험 28회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92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995년 미국 시카고 대학교 법과대 석사 ▦1996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 실행위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경제정의위원회 위원장 ▦1997년 김상원·김주현·김주영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1년 좋은기업지배구소연구소 소장 ▦2005년~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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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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