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따뜻한 '인생 재무설계' 받아보세요

■ 내 인생 첫 번째 재무설계 / 이광구 지음, 더난출판 펴냄<br>카드빚 고민 20대… 대출에 허덕이는 샐러리맨…<br>새로운 돈 버는 방법 아닌 '장기적 투자관' 제시<br>"바람직한 설계는 현재의 행복 쌓여 미래되는것"




서울 법대 중퇴, 구속, 노동운동 그리고 재무 상담사(Financial Consultant). '내 인생 첫 번째 재무 설계'의 저자 이광구씨의 간단한 삶의 이력이다. 민주화 운동과 재무 설계는 언뜻 보기엔 물과 기름처럼 느껴진다. 전자는 이념형이고, 후자는 현실형이다. 과연 재무설계라는 틀거리로 이 두 가지를 맛나게 버무리는 게 가능한 일일까. 저자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재무설계'로 이질적인 결합에 따듯한 피가 흐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은 재무설계를 다루고 있지만 저자의 삶을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재무설계를 논하는 행간 마다 저자가 살아온 삶의 냄새가 물씬 배어난다. 가령 '내 손톱 밑 기름때와 아버지 발뒤꿈치의 연탄가루'에서 서울 문래동 철판 자르는 작은 공장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털어 놓는다. 서울 법대 출신의 노동자는 자신의 손톱 밑 때를 보면서 연탄장사를 하던 아버지의 갈라진 뒤꿈치를 떠올린다. 기름때와 연탄가루가 겹쳐 보이면서 저자는 다음의 생각에 이른다. '알량한 (일류대 출신이라는) 본전의식을 버리자. 대학을 다니지 않았고, 지금 정도 의식수준이면, 나는 정말로 성공한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이 책에는 다른 재무설계 서적과 달리 숫자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얘기가 더 많이 등장한다. 카드빚 때문에 고민하는 20대 여성, 무리하게 집을 샀다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평범한 샐러리맨, 50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노후 계획을 세운 기업체 임원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 저자의 조언과 함께 담겨 있다. 흔히 우리가 만나는 재무상담사들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행복 보다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지금부터 노후준비를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난다든가, 당신이 지금 죽으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 책에는 그런 공포심은 없다. '행복한 재무설계는 현재를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미래를 고갈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지금 행복하게 사는 것이 쌓여 앞날이 되는 방식이다. 그 방법론 가운데 하나가 미래의 돈 흐름을 짜보는 것이고, 금융기법들은 그 도구가 되는 것이다." 만일 돈을 버는 특별한 혹은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이 책을 읽는다면 실망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돈이라는 주제를 놓고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저명 재무 컨설턴트수지 오먼 여사는 "좋은 투자 관련 서적은 특정 어느 회사의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라고 구체적으로 집어주지 않는다. 좋은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자가 스스로 투자 기회를 잡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아마도 오먼 여사의 지적에 딱 들어맞는 책 중 하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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