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용인 오피스텔서 석달간 두문불출

■유병언 장남 대균·수행비서 박수경 검거

방엔 TV도 없어 … 현금 1,000만원 발견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 빨라질듯

석 달 넘게 검경의 수사망을 피해 도피 생활을 해 오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전격 검거되면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균씨를 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유 전 회장의 사망이 확인된데다 대균씨마저 검거되면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도 구심점을 잃어 유씨 일가의 도피를 돕던 핵심 신도들이 잇따라 자수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유 전 회장의 도피과정에 핵심 역할을 해온 '김엄마'와 양회정씨 신병 확보도 가능해 유 전 회장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는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유씨 부자 검거를 위한 '경찰 총괄 TF'는 대균씨의 수행원 등 도피 조력자들과 그 가족들이 소유한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 이용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왔다. 그동안 대균씨의 도피 행각과 경로 등을 보면 대균씨는 구원파 신도보다는 개인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도 등 대도시에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경찰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수행원 하모씨의 동생이 소유한 용인 수지의 한 오피스텔 7층 방이었다. 하씨의 여동생이 지난 2007년 휴대폰을 개통하면서 써낸 주소가 그곳이었는데 여동생의 실제 주소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런데도 수도요금과 전기료는 계속 나와 경찰은 의심을 키워왔다. 경찰은 하씨로부터 "구원파 신도들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뿐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오피스텔 주변에서 잠복하며 동태를 살폈고 이날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이 오피스텔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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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5시 경찰관들의 본격적인 검거 작전이 시작됐다. 오피스텔 문을 두들겼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었고 경찰은 열쇠 수리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대균씨는 침묵을 깨고 문을 잡은 채 경찰과 승강이를 벌였다. 두 시간이 지난 오후7시쯤 "문을 부수겠다"는 경찰의 엄포에 대균씨는 지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와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그의 옆에는 줄곧 그를 따라다녔던 '신엄마'의 딸 박수경(34)씨도 함께 있었다. 방에서는 TV 등 가구는 없고 대균씨의 오랜 도피생활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짐과 현금 1,000만원이 발견됐다. 이들은 4월 말 오피스텔에 들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균씨를 체포하려고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에 들어간 5월13일에 이미 그는 이 오피스텔에 은신하고 있었다.

대균씨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했는지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대균씨가 수년간 계열사에서 컨설팅 비용과 상표권 수수료, 고문료 명목으로 백억원 가까운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균씨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잠적한 채 행적이 묘연한 차남 혁기씨와 측근들의 소재 파악에도 대균씨 검거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사망이 확인된 유 전 회장과 대균씨마저 검거되면서 구원파 신도들의 구심력도 급격히 떨어져 핵심 조력자들이 잇따라 자수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찬우(51·사법연수원 18기)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는 "김엄마와 양회정씨 등 그동안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이 이달 말까지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선처의 뜻을 밝히며 핵심 측근들의 자수를 유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대균씨 검거 과정에서 검찰이 사전에 정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경의 수사불통이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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