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트페어 참가 늘고 시장규모 커지면서<br>학력·인맥 아닌 '작품 우선' 분위기 자리잡아<br>홍경택·최소영 등 젊은작가들 해외서 먼저 주목
| 2006년 5월 28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8,000만원에 낙찰된 최소영 작가의 '광안대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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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3력' 파괴 바람 분다
해외 아트페어 참가 늘고 시장규모 커지면서학력·인맥 아닌 '작품 우선' 분위기 자리잡아홍경택·최소영 등 젊은작가들 해외서 먼저 주목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미술계에 3력(학력ㆍ경력ㆍ처세력)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미술계에는 그 동안 한국 화단의 큰 병폐로 지적됐던 H대와 S대 중심의 학력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국전 수상 경력 그리고 인맥이나 처세력에 의해 좌우됐던 관행이 점차 바뀌며 작품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는 국내 화랑들이 해외 아트페어 등에 적극 참가하면서 해외 미술시장이 요구하는 작가를 선정하면서 학력ㆍ경력ㆍ처세력 등으로는 경쟁력을 갖을 수 없는 추세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특정대가 아닌 이른바 비주류 대학 출신이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가 분명한 2030세대 젊은 작가들이 홍콩 크리스티 등 해외 경매에서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더 이상 특정 학교와 수상 경력에 대한 프리미엄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
이 같은 3력 파괴 현상의 원인은 무엇보다 미술 시장이 활황세에 접어든 환경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특정 인맥들에 의해 작품가가 움직이는 현상이 여전하기도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이 작가를 판단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컬렉터들로부터 집중적인 주목을 받던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들어 그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면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가격에 거래되면서다. 여기에는 특히 국내 화랑들의 해외 진출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국내 작가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컬렉터의 연령층이 낮아진 것도 이들 작품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젊은 컬렉터들은 학력이나 수상경력 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특성이 강하다"라며 "이들이 작품을 구입하면서 가격도 꾸준하게 오르고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한국작가로 최고가(7억 7,000만원)를 기록한 홍경택(39) 작가. 경원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전업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 화단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접어들어 서서히 그룹전에서 작품이 소개되고, 2004년 가나아트갤러리 입주작가로 활동하면서부터 시장에서 본격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작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6년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컨템포러리 아트세일에 작품이 거래되면서부터다. 그 여파로 작품 가격이 1년 새에 4배 이상 올랐다. 2006년 초반까지만 해도 10호 크기 기준으로 약 2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800만원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청바지 작가'로 유명한 최소영(27) 작가는 동의대학을 졸업한 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카이스 갤러리를 통해 해외 아트페어에 참가하면서 인기 작가가 됐다.
그 밖에도 해외 경매에서 좋은 가격에 낙찰된 도성욱(36) 작가는 대구대를 졸업했고, 쌀ㆍ알약 등으로 인물을 만들어 '스타 작가'로 떠오른 이동재(33) 작가는 동국대학교, 유명작가들의 얼굴을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하는 김동유(42) 작가는 목원대학교, 조각으로 드물게 해외 경매에서 좋은 가격에 낙찰받은 이환권(33) 작가는 경원대학교 출신이다.
홍영주 마니프 아트페어 실장은 "예전에는 특정 대학교의 특정 교수가 추천하는 작가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시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작가 보다는 작품 포트폴리오를 먼저 보게 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젊은 작가들이 해외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상황이 한국 화단의 그릇된 구습(舊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5월 28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8,000만원에 낙찰된 최소영 작가의 '광안대교'
입력시간 : 2007/10/16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