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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성공의 놀라운 비밀
설계부터 몸무게와의 전쟁… 발사 전 크기 줄여 또 한번 변신가벼울수록 속도내기 좋아각 부품별 중량까지 할당찬 액체산소 모두 충전하면연료탱크 길이 줄어 유리공간절약형 우주센터도 한몫
나로우주센터=권대경기자 kwon@sed.co.kr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3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에서 페어링이 분리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30일 오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로 향해 발사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YTN 촬영)
몸무게와의 전쟁부터 나로우주센터까지.
나로호 발사 성공 뒤에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노력과 함께 흥미로운 ‘비밀’도 숨어있다.
연구진들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가장 신경 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로호의 ‘몸무게’다. 나로호는 정지 상태에서 이륙 후 약 10분간 초속 8km까지 속도를 내야 한다. 나로호로서는 무게가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속도를 내기에 유리한 셈이다. 때문에 나로호의 몸무게는 개발 초기부터 엄격하게 관리됐다. 전체 발사체의 무게 목표를 결정하고, 각 부품별로 최대 무게를 정해서 나눠준다. 개발과정에서 부품 설계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도 초기에 할당 받은 무게를 넘는지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무게가 늘어날 경우 다른 개발팀의 합의와 승인을 얻어야 했다. 그래야 전체 무게에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나로호는 발사 전 크기가 줄어드는 또 한번의 변신을 한다. 나로호는 액체산소와 케로신(등유)을 추진체로 사용하는 액체 연료로켓이다.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저장탱크로 들어간다. 이 저장탱크는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만드는데 차가운 액체산소를 모두 충전했을 때 직경은 약 12.7mm 길이는 약 60mm가 수축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 때문에 배관과 탱크 설계시 초저온에 노출되는 배관의 수축ㆍ휨ㆍ뒤틀림 등을 고려해 구조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연결 배관을 설계했다.
나로호에는 또 차량에 탑재하는 것과 같은 기능의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다. 다만 나로호의 내비게이션은 격한 진동ㆍ충격이나 극한의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돼 있다.
나로호 발사의 성공에는 로켓뿐만 아니라 발사장도 큰 몫을 했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세계 14번째 우주 발사장이다. 허허벌판에 건물 몇 동이 띄엄띄엄 있는 소박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각종 첨단 장비가 곳곳에 들어서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2003년 착공해 외나로도에 총 549만 4,719㎡ 면적으로 조성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라 공간의 효율성 면에 신경을 썼다. 로켓 발사대에는 연료ㆍ산화제 및 압축 가스를 저장ㆍ공급하고, 발사가 취소될 경우 발사체로부터 연료와 산화제를 다시 안전하게 배출하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또 로켓을 발사할 때 나오는 고온의 화염을 식히기 위해 초당 900리터에 이르는 대량의 냉각수를 분사하는 냉각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로켓이 이륙할 때 발생하는 거대한 화염에서 이 발사 설비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발사대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고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는 공간 절약을 위해 각종 시설들을 발사대 아래 지하 3층 규모로 따로 마련했다. 지하 발사 시스템은 유조선을 개조해 만든 ‘해상 발사대(SEA-LAUNCH)’를 본뜬 것이다. 바다에 배를 띄워 로켓을 발사하는 해상 발사대는 발사 설비들이 모두 발사대 아래 선실에 설치돼 있고, 발사체 기립과 지지를 위한 구조물만 바깥으로 노출 돼 있다.
/고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