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힘잃은 코스닥' 당분간 부진 지속될듯

기관 매도에 뚜렷한 매수 주체 없어 수급 불안정<br>정책 테마 힘 못쓰고 IT업체 실적 우려도 악재로


코스닥 시장이 힘을 잃었다. 코스피지수가 23일 연중 최고점(1,758.06포인트, 종가 기준)을 경신하며 7월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코스닥지수는 번번히 500포인트 안착에 실패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순매도 공세로 대표되는 수급의 불안정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정책 테마 ▦대형 정보기술(IT)업체들에 대한 하반기 실적 우려 등을 근거로 "당분간 코스닥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가 7월 들어 3.51% 오르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1.28%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1월18일 553.10포인트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상승탄력을 잃고 있다. 이는 일 평균 거래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월(6억1,576만주)부터 2월(8억1,181만주)을 거쳐 3월(8억3,165만주)까지 꾸준히 증가했던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량이 4월에 다시 6억633만주까지 줄었고 7월 들어서는 23일 현재까지 5억3,532만주로 급감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부진의 1차 원인을 수급의 불안정에서 찾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연기금이 수급을 뒷받침 해주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뚜렷한 매수 주체를 찾기 어렵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 달 들어 1조7,83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189억원의 매수우위에 그쳤다. 특히 기관은 코스닥시장에서 최근 5거래일 동안 1,504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해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기관이 서울반도체, 셀트리온 등 코스닥 대형주에 대한 순매도에 나선 점이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관은 지난 9일부터 9거래일 연속해서 서울반도체 주식 1,630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지만 최근 2거래일 동안 138억원 상당을 되팔았고 외국인도 지난 23일 64억원 가량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다. 기관은 최근 5거래일 동안 총 318억원 규모의 셀트리온 주식을 순매도, 처분했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연기금, 자문형랩이 수급을 뒷받침 해주면서 주가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이 '팔자'에 치중하고 있고 외국인도 큰 힘이 못 되고 있다"며 "코스닥지수가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테마가 부진한 것도 코스닥시장 약세의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2008년에는 태웅을 대표로 한 풍력테마, 2009년에는 정부 정책에 따른 신 성장동력 업체들이 주목을 받으며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시장을 선도할 만한 테마 종목 군이 부재한데다, 때때로 LED, 태양광 관련 종목 등이 주목 받지만 간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그치고 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 개별 종목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침체돼다 보니 테마들도 연속성이 없고 주가도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부분적으로 틈새 테마가 형성이 되고 있긴 하지만 상승탄력이 강하지가 않고 많이 오르면 곧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준 부장도 "올해에도 태양광 등 여러 테마가 움직였지만 실적이 뒷받침 될 수 있는 우량 종목 군에 관심이 맞춰졌다"며 "수급이나 투자심리의 악화를 감안하면 테마가 코스닥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대형 IT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IT부품업체가 다수인 코스닥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봉원길 대신증권 종목전략팀장은 "상반기에는 반도체를 비롯해 IT실적에 대한 폭발적인 기대감이 있지만 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슈가 되는 것처럼 하반기에는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며 "대표 IT종목들이 약세를 보인다면 (코스닥의) 작은 종목들도 수급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영곤 팀장은 "펀드 환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관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을 집행할 여력이 많지 않다"며 "기관들이 최근에는 유가증권시장의 중형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봉원길 팀장도 "단기적으로 2분기, 3분기에 대한 실적 기대치가 높아 주가에 반영됐지만 실제 실적이 기대치만큼 좋게 못 나올 수도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주의할 필요가 있고 4분기에는 코스닥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각되는 시점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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