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A증권사 사당지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개인투자자 몇 사람이 주식 시세판을 들여다보며 얘기를 나누고 객장 직원이 가끔 오는 전화를 응대하는 것 외에는 조용했다.
지점 관계자는 "가끔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상담하는 고객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편"이라며 "그나마 상담 내용도 주식 등 직접 투자보다는 채권 등 안전자산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자금이 다시 6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꽁꽁 얼어붙었다. 개인이 이날까지 이틀 연속 주식매수에 나서기는 했지만 규모도 작고 전반적으로는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개인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계속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이라는 투자 위험요소 가운데 하나가 사라질 수 있는 올 2~3월부터 개인자금의 증시유입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CMA 잔액은 42조4,464억1,800만원으로 지난해 3월20일(42조6,143억9,900만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투자자 예탁금도 18조317억2,600만원의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증시를 맴도는 대기자금 규모는 60조4,781억4,400만원까지 늘면서 지난해 10월9일(60조150억2,100만원) 이후 3개월 만에 60조원을 돌파했다.
펀드에서 이탈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일 현재 57조6,746억원으로 올 들어 단 사흘 만에 6,321억원가량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1조8,454억원이 빠져나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투자자들이 펀드환매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의 투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정절벽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이슈는 물론 삼성전자와 애플 간 소송,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기업 실적악화 등 악재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보다는 안전자산 쪽으로 투자처를 선회하고 있다는 얘기다.
B증권사 목동지점장은 "최근 객장을 찾거나 전화 상담하는 고객 가운데 대부분이 '정기예금+α'의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이나 기업어음(CP) 등의 상품을 주로 찾고 있다"며 "앞서 금융위기 당시 겪은 학습 효과로 불안한 시기에 주식 등 직접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안전자산 쪽으로 자금의 방향을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은 투자위험이 있는 직접 투자보다는 관망이라는 안정적 카드를 선택하고 있다"며 "현재 증시가 여러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루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다시 역동적 장세로 돌아설 때까지는 투심이 증시로 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2~3월 중 개인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미국 현지 소송이 끝나는 이 시기에 투자 불안요소 가운데 하나가 사그라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이를 신호탄으로 개인 투심이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C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삼성ㆍ애플 간 소송 결과가 나오는 2월을 전후해 개인 자금이 다시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송의 불확실성이 걷히고 또 '갤럭시4' 출시라는 호재가 등장하면서 얼어붙은 개인 투심이 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원화 강세 추이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미국 재정절벽 등 글로벌 이슈와 함께 원화강세 흐름이 꺾일 경우 개인 투자자금의 유입을 알리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증시를 두고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며 "해외 불확실성 축소와 국내 기업 실적 향상 등이 함께 이뤄진다면 개인 투자자금이 다시 증시로 발길을 돌리는 시기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