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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11일] BMW가 금융당국에 주는 충고
민병권 기자 (금융부) newsroom@sed.co.kr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금융경쟁력 선진화 비전 및 정책과제' 보고서는 '아시아 금융리더로의 도약'을 금융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오는 2015년 금융경쟁력 순위 20위권, 2020년 10위권 진입 등의 달성을 주창하고 있다.
문득 기자의 뇌리에는 지난 2006년 싱가포르에서 만난 헬무트 판케 당시 BMW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기자가 판매량 등에서 '글로벌 톱5 달성'을 비전으로 삼았던 현대자동차에 대한 평가를 묻자 그는 "세계적 기업이 업계 순위를 경영 비전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자동차 판매량이나 사업 규모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얼마나 독창적인 브랜드를 갖느냐이므로 현대차는 자사의 경쟁 상대가 누구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도요타의 위기를 보면서 새삼 판케 전 회장의 지적이 탁견이었음을 곱씹게 됐다. 아무리 글로벌 순위 상위권의 기업이라도 규모의 경쟁에만 매몰돼 서비스 품질과 경영철학의 차별화를 상실하면 순식간에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점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도 지금은 글로벌 톱6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도요타의 위기를 보면서 새삼 차별화된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각성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금융선진화 비전을 보면서 기자는 판케 전 회장의 조언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금융선진화 비전의 내용을 보면 막연히 규모와 순위의 경쟁력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금융 리더가 비전이라면 구체적으로 아시아에서 우리의 경쟁국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경쟁국보다 앞서기 위해 우리나라의 정책과 금융사들의 경영전략은 어떻게 차별화돼야 하는지가 담겨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판케 전 회장이 간담회를 통해 현대차에 조언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성 없이 그저 몇 년까지 세계 몇 위를 달성하겠다는 식의 담론을 던져놓는다면 정책 비전이 아니라 정책 구호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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