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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호 '중동 잔혹사' 끊는다

아시안게임 D-2… 남자축구 오늘 사우디와 예선 2차전

최근 5개대회서 중동에 덜미 잡혀 결승행 좌절

조 1위로 올라가야 16강서 우즈벡 피할수 있어

사우디 무승부 전술 피해 후반에 승부수 띄워야


2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첫 고비를 만났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후8시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인천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사우디·말레이시아·라오스가 같은 조인데 전력상 한국과 사우디의 16강 진출이 유력하다. 문제는 조 1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 그래야 B조(우즈베키스탄·홍콩·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 1위가 확실시되는 강호 우즈벡을 16강에서 피할 수 있다. 중동의 복병 사우디와의 맞대결에서 이겨야 조 1위가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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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시아의 맹주로 불리면서도 그동안 유독 아시안게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데는 중동세의 영향이 컸다. 한국은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에서 중동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가장 최근 금메달인 1986년 서울 대회 결승 때는 사우디를 이겼다. 한국은 김주성·최순호 등이 주축이었고 8만명이 운집한 결승에서 조광래와 변병주의 연속골로 2대0으로 마쳤다. 하지만 당시 금메달을 끝으로 '중동 잔혹사'가 시작됐다. 황선홍과 홍명보가 뛴 1990 베이징 대회 때 준결승에서 이란에 0대1로 졌고 1994 히로시마 대회에서는 3·4위전에서 쿠웨이트에 1대2로 져 빈손으로 귀국했다. 이어 1998년 방콕 대회 때는 8강에서 중동이 아닌 태국에 1대2로 충격 패를 당하기도 했다.

16년 만에 홈에서 열린 2002년 부산 대회는 어느 때보다 금메달 기대가 컸다. A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터라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박지성·이영표 등 월드컵 4강 주축들이 대거 투입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이란과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대5로 져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결국 동메달을 땄다. 박주영이 뛴 2006년 도하에서는 4강에서 이라크에 0대1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3·4위전에서도 이란에 0대1로 져 동메달마저 놓쳤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대회라 중동팀들의 기세를 누르기가 더욱 어려웠다. 광저우로 장소를 옮긴 2010년 '홍명보의 아이들'은 16강에서 중국을 3대0, 8강에서 우즈베크를 3대1로 꺾으며 파죽지세로 금메달을 향했다. 그러나 4강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0대1로 졌다. 박주영을 중심으로 24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그나마 3·4위전에서 이란을 4대3으로 제압했던 게 위안으로 남았다. 1대3으로 끌려가다 후반 32분 박주영의 만회골, 후반 43분과 44분 터진 지동원의 연속골로 자존심을 지킨 이 경기는 최근 한국의 아시안게임 경기들 가운데 최고 명승부로 기억되고 있다.

중동과 얽힌 '흑역사'를 잘 알고 있는 이광종호는 조별리그부터 중동 잔혹사를 끊고 가겠다는 각오다. 마침 이번 대회에 출전한 사우디는 1차전에서 라오스를 3대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이름값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사우디는 23세 초과 선수인 와일드카드를 아예 뽑지 않았다. 2016년 있을 리우 올림픽을 대비해 대부분의 선수 구성을 19~21세로 맞췄다. 하지만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는 예측불허의 중동 축구를 바탕으로 하는 데다 무승부를 목표로 초반부터 작정하고 잠그기로 나올 경우 이기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은 후반 막판 2골을 몰아쳤던 말레이시아전 때처럼 상대의 힘이 떨어지는 후반에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1차전 1골 1도움으로 '에이스'로 떠오른 김승대(포항)가 이번에도 상대 격파의 선봉이다. 사우디 선수들 중에는 라오스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왔다가 후반 들어 섀도 스트라이커로 올라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 압둘라 오타이프를 특히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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