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獨기업 '국적포기' 줄이어

"규제 덜한 범유럽기업으로 전환하자"<br>노조 경영참여 허용 회사법이 "결정적 요인"<br>알리안츠 이어 바스프 등 5개 기업도 추진


세계적인 독일 기업들이 노동조합의 지나친 경영참여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 '독일기업'에서 범유럽기업(SEㆍSocietas Europaea'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들어 SE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7개 유럽 기업 가운데 독일 기업이 3개나 된다. 또 독일 30개 우량기업(블루칩)주가지수인 '닥스30'지수에 속한 5개 독일 기업이 2년 내 SE로 전환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유럽 최대 보험 회사 중 하나인 알리안츠그룹의 SE행 선언 이후 독일 기업의 국적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리안츠는 지난해 이탈리아 자회사인 RAS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독일회사법상의 복잡한 기업규제를 피해 그 해 10월 독일 국적을 포기했다. 세계 굴지의 화학 회사인 바스프그룹도 알리안츠의 영향을 받아 지난 2월 SE행을 선언했으며, 독일의 간판기업인 다임러그룹도 이전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기업 가운데 유독 독일기업의 SE 선택이 많은 것은 노동 조합의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독일 특유의 회사법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한마디로 독일 회사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 회사법은 노조가 기업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감독위원회(supervisory board)'를 경영이사회와 별도로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절반 의석을 차지하는 감독위원회는 경영진 임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제도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노조의 지나친 경영참여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주주의 이익과 충돌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은 이 제도가 '독일 근로자'만을 위한 제도라며 비판하는 비 독일계 근로자의 불만을 달래는 데 적지 않은 애로를 겪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대학 데오도르 바움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SE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감독위원회의 구성에 변화를 줄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알리안츠그룹은 지난해 10월 SE 등록을 마친 뒤 감독위원회의 정원과 구성비율을 조정하면서 독일 노조 대표를 종전 10명에서 4명으로 대폭 줄였다. 알리안츠의 2인자인 파울 아츨라이터너 투자최고책임자는 "SE지위 취득 이후 기업지배구조가 단순화하고 경영에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며 "유럽인은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삼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어 버릴 수 있다"며 말했다. 한편 SE 제도는 유럽국가별로 상의한 회사법이 적용되는 데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2004년 도입한 제도로 SE에 등록하면 자국 법 대신 EU 회원국의 공통 분모를 모은 EU 통합회사법을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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