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경계선은 물론 복식문화까지 담긴 고지도는 역사의 지문"

김혜정 관장 '고지도에 숨은 인문학적 매력' 첫 강의

송파도서관서 2월20일까지 5차례 이어가


“지도는 대륙으로의 탐험을 준비하는 자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침략의 도구이면서 국가간 정치적 분쟁이 발생할 때 증거로 제시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중한 연구 분야이기도 합니다. 이같이 양면성을 지닌 지도는 인류 역사의 지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난 16일 서울시교육청 송파도서관에서 열린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지도에 숨은 인문학적 매력’의 첫 강의에서 김혜정(사진) 경희대 혜정박물관장 겸 석좌교수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우리나라는 아직도 역사왜곡이나 인접 국가간 정치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도와 같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는 합리적인 대응을 해야 만 평화라는 두 글자를 후대에 선물할 수 있다”며 고지도 연구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40여년간 26만여점의 사료를 수집해 경희대에 기증한 김 관장은 “역사적으로 지도는 돌과 나무 등에 새겨진 기록이 발견되면서 1만4000년 전 문자보다 더 먼저 등장했다. 고지도에는 영토의 영역과 모습은 물론 우주공간과 신들의 영역까지 기록돼 있다”며 “과학적 세계관이 반영된 지도는 15세기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두 나라는 대륙탐험의 선두주자가 되었고 이후 영국이 그 뒤를 이어 지도를 발전시켰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지도제작에서는 단연 선두라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수집가로서 지도의 발달과정을 제시할 수 있는 기록물을 확보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면 미래세대는 지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의를 이어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SK텔레콤과 한국출판인회의가 후원하는 이번 강좌는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오는 2월까지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에서 풍성한 고전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을 잇따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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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관장은 한국이 서양의 고지도에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지도에 숨겨진 문화사, 복식사 등을 풀어냈다. “지도에는 당시 복식이나 문양 등이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몽골의 전통모자가 돌하르방이 쓰고 있는 모자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청나라의 침략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지도에는 당시의 지형과 역사적 사실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복식문화와 시대적인 문양 등 엄청난 정보가 기록되어 있어 연구 주제도 다양하죠.”

김 관장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동서양 지도를 더욱 철저하게 연구하여 이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수집가로서 고지도의 매력과 고지도의 연구 필요성을 강조한 이날 강의에 이어 이정선 경희대 혜정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탐험의 세계, 미지의 세계를 향하다(23일)’ ‘한 눈에 보이는 세계 지도의 역사 (2월6일)’ ‘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의 양상과 그 의미(2월13일)’ ‘아랍과 몽골의 문화, 신라와 고려에 스며들다(2월20일)’ 등 총 다섯번에 걸쳐 고지도를 인문학적인 차원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강의 신청은 무료이며 자세한 일정은 송파도서관(02-404-7916, 내선231)으로 문의하거나, 서울시교육청 평생 학습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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