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좌담] 외국인 직접투자와 선진경제

"서비스업 규제 완화·정책 일관성 시급"


[좌담] 외국인 직접투자와 선진경제 "서비스업 규제 완화·정책 일관성 시급" 정리=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국내 기업 매출의 11.2%, 고용의 7.0%, 수출의 13.7%." 외국인 투자 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외국인투자가의 직접투자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다소 주춤하다. 지난 9월까지 투자실적은 전년동기보다 16%가 줄었다. 인수합병(M&A) 등의 투자가 예년에 비해 줄었기 때문.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변화도 보이고 있다. 1억달러 미만의 중형투자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1차관은 "그만큼 외국인 직접투자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고 있는 외국인투자주간행사에 맞춰 날로 중요성이 더해지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관련해 오 차관과 홍기화 KOTRA 사장, 그리고 외국 기업의 날 기념행사에서 수상을 하게 된 이용훈 로템 사장, 안드레 노톰브 솔베이케미칼 사장과 함께 '외국인 투자와 선진경제'를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사회:이학인 경제부 차장 -참석자:오영호 산업자원부 제1차관, 홍기화 KOTRA 사장, 이용훈 로템 사장, 안드레 노톰브 솔베이케미칼 사장 -올해 들어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이 전년에 비해 부진한데요. ▦오영호 산업자원부 1차관=참여정부 들어 외국인 직접투자는 신고기준으로 매년 110억달러가 넘는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대형 M&A가 줄면서 9월까지 63억달러를 기록, 예년에 비해 다소 부진하기는 합니다. 주목할 것은 직접투자의 내용인데요. 1억달러 미만의 중형투자 유입이 활발해 투자 저변이 확대되는 긍정적 측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에 직접투자 실적도 크게 늘었는데 3ㆍ4분기에만 29억달러가 투자돼 전년동기 대비 13.3%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역시 연간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1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템의 경우 외국인 투자기업이 된 뒤 경영상에 큰 변화는 있었는지요. ▦이용훈 로템 사장=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지난번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로템은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고 당장 올해 3월 회사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템의 경쟁업체는 이름만 들어도 알수있는 거대기업들이기 때문에 모건스탠리의 투자는 로템의 중장기적 사업발전을 위한 자본적 제휴임과 동시에 더 나아가 전략적 제휴로서 큰 의미가 있지요. 모건스탠리의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파이낸싱이 경제적으로 조달 가능하다는 점은 시장에서 로템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솔베이케미칼사가 한국에 투자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안드레 노톰브 솔베이케미칼 사장=투자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세계의 리더인 만큼 불소 관련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최적 투자지역을 검토할 때 한국 외에 중국ㆍ일본ㆍ프랑스도 함께 봤지만 기존 온산 산업단지 내의 산업 인프라, 인적 자원의 우수성,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의지 등 제품 수요 측면 외에도 타 국가에 비해 장점이 많다고 판단됐습니다. 조세감면 및 현금지원 등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의지는 투자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투자환경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게 규제일 텐데요. 어떤가요. ▦이 사장=최근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는 과거보다 많이 완화된 것 같습니다. 다만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 있는 외국인투자정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노톰브 사장=솔베이케미칼은 반도체용 특수고압가스를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안전에 관한 규제로 허가받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 기준이 너무 엄격해 이미 선진국에서도 생산ㆍ판매하고 있고 검증된 설비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와 법 적용을 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의 시장을 바라보는 외국인투자가의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요. ▦홍기화 KOTRA 사장=외국인투자가의 분위기는 긍정적ㆍ부정적 측면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외국 문화에 대한 개방성, ITㆍ자동차산업 등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의 형성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평가를 하지만 규제완화, 노사 문제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문제점들로는 ▦규제 ▦정책의 일관성 ▦생활환경 조성 ▦노사 문제 ▦세제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등입니다. 투자가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규제완화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산업의 규제완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수도권 6만평 이상의 테마파크 건설 불가, 영리법인의 물류대학원 설립 불허 등은 규제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김 사장=솔직히 한국은 싱가포르나 대만 등에 비해 수출의 용의성, 원스톱 행정서비스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거액의 수익을 실현한 외국계 투자기관도 있습니다만 오히려 손실을 본 외국인투자가도 있는 와중에 개별적인 국부유출을 논하는 것보다 각 투자가 회사의 가치 증대 및 국가 경제 기여도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톰브 사장=한국 시장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ITㆍ반도체산업과 관련된 수요시장 측면과 근면ㆍ성실함으로 표현될 수 있는 우수한 국민성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의 노사문화, 남북 분단에 따른 정치적인 위험성 등은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핵 문제는 전세계를 긴장시키면서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금도 그렇듯 앞으로도 북한과의 관계설정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공조할 것인가에 따라서 외국인 투자는 물론 한국 경제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미 FTA가 비준 절차를 밟고 있고 한ㆍEU FTA는 현재 협상 중인데요. FTA를 체결하면 실제로 외국인의 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시는지요. ▦오 차관=한미 FTA의 경우 미국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확대되는 분야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EUㆍ일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경쟁하는 분야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생깁니다. ▦노톰브 사장=시각을 좀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단순히 FTA 체결만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 이유는 해외에 거점을 두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FTA 체결에 따라 국가 간의 무역규제를 회피하고자 타국에 투자해왔던 요인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 유공자 포상에서 로템이 은탑산업훈장을, 솔베이케미칼이 산업포장을 받았는데요. ▦이 사장=로템은 1964년 전차사업을 시작으로 지난 40여년간 철도, 방산, 플랜트 사업 분야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던 중 지난해 10월에 세계적 금융사인 모건스탠리로부터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2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최근 1년간 외국인 투자 중 최대 규모였지요. ▦노톰브 사장=솔베이는 본사가 벨기에로 그 역사가 140년이 넘는 회사입니다. 한국의 삼성이나 현대, 미국의 GM이나 GE처럼 큰 회사는 아니나 그 역사에서 보듯이 핵심 역량사업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는 회사입니다. 2005년 솔베이케미칼이 100% 출자한 뒤 지난해 5,000만유로를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작 설비에 투자했습니다. -개성공단에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가능한지요. ▦오 차관=물론 가능합니다. 북한은 외국인투자법과 개성공업지구법에서 외국 법인이나 개인도 개성공단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 외화관리규정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외국 기업이 투자원금이나 이윤을 국외로 송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므로 외국기업의 직접투자에 제약이 없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 의향은 어느 정도이고 실제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다고 보는지요. ▦오 차관=개성공단 시범단지 분양을 본격 개시한 2004년 9월 이후 현재까지 외국 기업 CEO 등 760여명이 개성공단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관심에 비해 실제 개성공단에 입주계약을 한 외국 기업은 독일계 1개사와 중국계 2개사 등 3개사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핵 문제나 개성공단의 이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6자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고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조치들이 구체화되면 외국 기업들의 개성공단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입력시간 : 2007/11/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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