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가시방석이다. 정치부 기자가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욕은 내가 먹는다. 세상에 제일 욕하기 쉬운 상대가 정치인인지 몇 시간 동안 정치인을 욕하고 정치를 탓하고 나면 술이 몇 순배 돌기 마련이다.
논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뜬구름 잡는 정치에서 먹고살기 힘든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고서는 경제지 기자에게 묻는다. 언제 경기가 좋아지느냐고. 할말이 없다. 뾰족한 답을 내놓을 수도 없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별로 좋아진 걸 본적이 없어. 40년 전에 처음 서울역 올라왔을 때 그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그때는 일자리라도 있었지"라는 오촌당숙의 말에 성장률이 어떻고 물가가 어떻고, 질 좋은 일자리라는 말은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당장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잔의 술자리가 부담스럽고 취직을 못한 채 2년째 준비만 하는 큰 아들이 눈에 밟힐 뿐이다.
내일 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지난 4ㆍ11 총선이 끝난 지 49일만이다. 하지만 또 상임위원장 밥그릇 싸움에 개원은 불투명하다. 17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 원(院) 구성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10대8로 하느냐, 9대9로 하느냐를 두고 싸우고 통합진보당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주느냐 마느냐를 두고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30일 개원을 하든 하지 못하든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해 4년간 민심을 책임져야 한다. 총선 기간 중에 그렇게 외쳤던 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좋아지지도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더미이기도 하다.
13대 국회 이후 국회 원 구성에 평균 54일이 결렸고 지난 18대 국회는 원 구성을 하고 제대로 일을 하는데 89일이 걸렸다고 한다. 결과물 없이 일을 하기 위한 준비에만 석 달이 걸렸고 그 동안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간 셈이다.
19대 의원들의 첫 월급날은 6월20일이다. 얼마나 일을 하고 세비를 받아갈지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