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스템과 마인드, 그리고 신뢰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을 축으로 하는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홍콩의 문회보(文匯報)는 4세대 지도부에 대해 근면(勤勉)ㆍ친민(親民)ㆍ실행(實行)ㆍ혁신(革新) 정권이란 평을 내 놓았다. 신문은 오후에 30분 정도의 짬을 내 휴식을 취하는 것 말고는 하루 종일 업무와 씨름 하는 후 주석의 부지런한 모습에서 정권의 근면성을 찾았다. 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임에도 일반시민의 집에 초대되거나 학생들과 함께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서민적 행보는 곧장 인민과 함께 하는 친민 지도부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후 주석이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을 떠날 때 환송행사를 중지시키는 등 격식을 따지지 않고 실용성을 강조한 것은 실행 정권이란 평을 낳았고, 출범 100일 만에 쏟아 낸 각종 정책은 혁신 정권이란 평가의 근거가 됐다. 물론 이 같은 평가에는 `용비어천가`의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문회보가 친(親) 중국계 신문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같은 프리미엄을 배제하더라도 중국 4세대 지도부는 국내외로부터 공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모든 조직을 구성하는 두 개의 중심 축은 시스템과 마인드다. 공동체의 최소 단위라 할 가정도 가족이라는 구성원과 가풍이라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두 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조화롭게 움직이면 발전적인 변화와 성장을 이룰 수 있지만 만약 둘 가운데 하나만 작동을 하지 않으면 조직에 구멍이 뚫리고 만다. 중국은 지금 시스템과 마인드의 조화는 물론 지도부에 대한 신뢰까지 쌓이면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나가고 있다. 최근 노무현(盧武鉉) 정부 역시 취임 100일을 맞은 바 있다. 그러나 노 정부에 대한 평가는 편가르기, 아마추어리즘, 국정혼선 등 온통 어두운 단어로 도배가 됐으며 지금도 잇따른 파업으로 국정운영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폐쇄적 `코드`지상주의는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고 있으며, 마인드 역시 보수와 진보의 갈등 확산으로 분열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으로부터 “국민들이 대통령의 말을 믿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신뢰 부재도 위험수위에 이른 상태다.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말이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다가온다. <정구영(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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