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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기업 경영전략 도입
취업률 72.2%…150개 전문대 중 10위 올라서
기업 맞춤식 교육 적용한 '대기업반' 인기몰이
10일 오후 찾은 전주비전대학교 캠퍼스. 대학 정문에서 대학본부건물까지 가는 길 양편에 반듯하게 내걸린 플래카드는 족히 100개가 넘어 보인다. 이른바 '플래카드 월(wall)'이다. 각각의 플래카드에는 학생의 이름과 함께 이들이 취업한 회사명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취업을 축하하고 취업 준비생이나 재학생들에게 도전의식과 취업에 대한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한 학교 측의 아이디어다.
홍순직 전주비전대학교 총장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맴돌았다. 바로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대학 취업률 결과 덕분이다. 전주비전대는 취업률 72.2%로 전국 150개 전문대학 가운데 당당히 상위 10위에 포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수목적 전문대학을 제외하면 전국 5위권의 성적이다.
홍 총장은 "학생들에게는 기업 맞춤형 교육을 적용하고, 학교행정과 교육방식에 기업의 경영 전략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총장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대학에 취임(2010년 10월) 한지 1년여 만에 전국 대학들의 벤치마킹 모델로 올려놓았다. 취업률 순위에서 108위에 머물렀던 전주비전대를 1년여 만에 10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저력은 바로 홍 총장의 과감한 혁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홍 총장은 취임하자마자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교과목은 개편해 커리큘럼을 취업위주로 바꿨다. 또 서울지역이나 4년제 대학 졸업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어 강의에 중점을 뒀다. 부족한 영어수업은 방학을 이용해 보충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록금을 지난해 2.2%, 올해 5% 삭감하는 정책을 펼쳐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홍 총장의 이 같은 과감한 추진력은 그의 과거 이력과 무관치 않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부이사관으로 20년 공직을 마감한 그는 1995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시작으로 삼성자동차 전무, 삼성SDI 부사장 겸 삼성미래전략위원회 부사장으로 14년을 지냈다.
고위공무원과 기업체 CEO를 두루 거친 이력이 대학총장직을 맡으면서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대학의 중점 목표를 '취업'에 둔 그는 곧바로 '대기업반'이란 제도를 도입했다.
이른바 '삼성반' 'LG반' '두산반' 'OCI반'으로 불리는 대기업반은 홍 총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기업 맞춤식 교육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홍 총장은 "대기업반을 거쳐간 학생들만 2년 동안 330명에 이를 정도로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고 자랑했다.
취업준비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인성교육에도 중점을 둬 균형잡힌 인재양성에 주력해 왔다.
홍 총장 취임 후 학교는 모든 게 달라졌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도전 의식이 부족했던 교수와 직원들은 적극적으로 변했고, 정원을 채우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3.2대1의 입시경쟁을 치러야만 입학할 수 있게 됐다.
외부에서 대학을 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져, 전국의 대학에서는 '전주비전대 배우기'에 나섰다. 벌써부터 내년 입학을 문의하는 학부모들의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홍 총장은 "2년제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는데 4년제 대학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전주비전대를 탈락한 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상황이 곧 올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주비전대는 해외취업에도 눈을 돌렸다. 이미 호주에 학생들을 취업시킨 데 이어 일본지역 기업체에도 조만간 학생들이 취업할 전망이다.
홍 총장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년에는 취업률 80%에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