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프로그램 폐기를 둘러싼 서방권과의 협상이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에 마감시한인 24일(현지시간)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반면 한편 서방에서는 추가제재 및 핵시설 폭격 등의 주장까지 나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존 캐리 미 국무장관과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이미 전날부터 이란 핵협상시한 재연장 논의를 시작했다며 협상 타결의 어려움을 전했다. 미국은 20일까지만 해도 협상시한 재연장은 없다며 이란 측의 양보를 압박했지만 이란이 평화적 핵연료 사용을 위한 핵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합의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최종 타결시한인 24일 자정(현지시간)까지 재연장을 위한 세부조건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막판까지 난기류가 감돌자 당사국 정치권도 일제히 여론전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최근의 중간선거 완승 이후 한층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화당 매파가 협상 실패시 곧바로 추가 경제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핵 문제에 민감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에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폭격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란이 협상 막판까지 배짱을 부린 데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이미 협상불발에 대비해 플랜B(차선책)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측 협상 고위관료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우리는 항상 중국·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만약 협상이 실패하면 중국·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네메이가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과 유럽사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의 이란 기업 등에 대한 일부 경제제재에 부당 판결을 내린 점도 이란이 벼랑 끝 대치를 할 수 있는 국내외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