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을 뒤흔들 혁명적 기술로 평가받는 3D 프린팅을 놓고 전 세계 정부 및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마우스 클릭만으로 '무슨 제품이든 어디서나 생산 가능(anything, anywhere)'한 3D 프린팅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 부품·소재 등 산업 전반뿐 아니라 일상 삶까지 파고들면서 '3D 프린팅 발 혁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 조사에 의하면 3D 프린팅 매출 규모는 향후 2017년까지 연평균 82% 고성장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다.
조은정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원천기술 특허 만료와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3D 프린팅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전 세계가 미래 제조 혁신기술로 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D 프린팅은 3차원 설계도를 3D 프린터에 전송해 각종 소재를 층층이 쌓아 제조하는 생산 방식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무슨 제품이든 어디서나 생산 가능 = 2012년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람브로기니는 '아벤타도르(Aventador)' 시제품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시제품 제작비용을 기존 4만 달러에서 3,000달러로, 제작기간을 120일에서 20일로 줄였다. 뉴욕의 한 건축회사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과거 수 작업으로 2개월 이상 하던 모델 작업을 불과 몇 시간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3D 프린팅 기술은 인공 뼈 등 의료산업, 자동차·항공기 등 기계산업, 휴대폰 등 전자산업 등 거의 전 산업에서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GE는 3D 프린팅 도입으로 재료·노동·디자인 등에서 50~70% 비용 절감을 거두고 있다. 가트너 조사에 의하면 2018년에는 세계 제조 기업의 25% 이상이 생산과정에서 3D 프린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을 정도다.
3D 프린팅 시장은 소수 기업이 특허를 독점하며 시장 성장을 가로 막고 있었다. 하지만 3D 프린팅 핵심 기술 중 하나인 FDM 방식 특허가 지난 2009년 만료된 데 이어 올 2월 또 다른 핵심 기술인 SLS 방식 특허가 만료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허 만료는 3D 프린터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수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D 프린팅 소재다. 현재 플라스틱(합성수지)을 주로 쓰고 있으나, 금속·고무·바이오 세포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만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기능은 물론 제질에서도 똑 같은 실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희태 한국정책금융공사 연구원은 "3D 프린터는 설계 정보만 바꾸면 어떤 제품이든 바로 만들 수 있다"며 "공정의 신속성과 유연성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3D 프린팅 시장, 2021년 108억 달러 = 3D 프린팅은 새로운 신 사업을 만들어 내며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3D 펜이다. 두들러(Doodler)로 불리는 이 펜은 장난감 같은 펜으로 3D 모형을 만들 수 있다. 개인이나 기업을 위해 3D 프린팅을 대행해 주는 업체부터 스마트 폰 케이스, 액세서리, 장난감 제작 등 다양한 유형의 신사업과 기업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자금도 3D 프린팅으로 몰려들고 있다. 두들러의 경우 234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대표적 펀딩 사이트인 미국의 킥스타터는 3D 프린터 제작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기술과 자금이 3D 프린팅 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3D 프린팅 산업은 장비, 서비스, 소재 등 크게 3분야로 나뉜다. 제품과 서비스 등을 포함한 세계 3D 프린팅 시장 규모도 급성장 중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홀러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오는 2021년까지 10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3D 프린팅 시장은 현재 소수 선두업체들이 시장의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3D 프린터의 경우 미국의 3D 시스텀즈(systems), 독일의 EOS 등이다. 3D 프린팅 서비스업은 개인 맞춤형 제품 제작대행,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기반의 3D 도면 유통 등 관련 비즈니스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 기업의 3D 프린팅 산업 진출도 늘어나고 있다. HP가 곧 3D 프린팅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엡손(Epson)도 현재 3D 프린터를 개발중이며 그외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3D 프린팅 산업 현실은 = 글로벌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시장도 커 나가고 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3D 프린터 관련해서는 인스텍, 캐리마, 헵시바 등이 활동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인텔리코리아, 서비스에서는 오라픽스, 세컨드 플레닛 등이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3D 프린팅 산업 생태계는 제조업 중심 생태계로 저가 산업용 장비를 생산하는 중견·중소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 산업용 장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7%로 파악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중견기업들이 신규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크노파크, 무한상사실 등 정부 주도로 구축된 종합 장비 인프라 중심으로 기업과 민간이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덧붙여 관련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3D 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정훈 인스텍 대표는 "과거에는 기술 개발이 3D 프린터 산업을 주도했으나, 지금은 대규모 자본이 기술을 끌고 가는 상황이어서 관련 기술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한국이 얼마전까지 3D 프린터의 불모지와 같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 기반을 토대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메이저 전자업체들도 3D 프린팅 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부 다른 관계자는 "2020년까지 독자 기술력을 확보해 세계 시장 점유율 15%를 확보한다는 목표"라며 "이번 대책은 제조업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창조경제 활성화 촉진을 이끄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