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건축사업이 곳곳에서 좌초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면서 건설업체들의 돈줄이 마른데다 건설사 역시 지방 건설경기 악화로 분양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각한 대구ㆍ부산ㆍ광주 등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이 지연사태를 빚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ㆍ4분기 현재 이들 지역 지방은행이 건설업체에 빌려준 돈만 2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인가까지 끝마친 광주 송정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멈춘 상태다. 시공자 입찰공고를 세 차례나 했지만 입찰을 해온 건설사가 한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충배 재건축조합 총무이사는 “미분양이 너무 많은데다 원자재 값까지 인상되면서 1,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임에도 관심을 보인 건설사가 없었다”며 “재건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 북구 복현동의 A아파트는 지난 3월 관리처분인가가 났지만 당장 사업비가 없어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다. 현금청산 비용 및 사업비로 총 35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해당 지역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재건축사업권을 따낸 W건설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현금청산을 요구해와 사업비는 자꾸 늘어나는데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아 사업을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우선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방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건설업체에 빌려준 돈이 많아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요새 같아서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공업체가 사업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도 있다. 대구 복현동 B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철거공사를 시작했다가 현재는 작업을 멈추고 사업진행을 중단했다. 이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업체 관계자는 “2006년 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140억원을 받았지만 지금같이 심각한 건설경기에서 미분양이 불가피해 사업을 늦추고 있다”며 “금융비용 지출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부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해 재개발 및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40개 구역 중 23개 구역의 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지방 재건축사업의 경우 신규 미분양 적체와 유동성 악화 및 집값 하락까지 3중고에 시달리게 된 셈”이라며 “당분간 지방 재건축사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