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대형화 더 미룰수 없다(사설)

멀지않아 금융권에 대 지각변동이 일어날것 같다.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의 활성화 길이 터졌기 때문이다.재정경제원은 「금융기관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로 바꾸면서 전면 개정하는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강제로 합병이나 제3자 인수를 명할 수 있고, 자발적인 인수합병의 촉진을 위해 지원을 강화한 것이다. 또 인수합병때 근로자에 대해 고용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도입했다. 낙후되어 있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은행의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경쟁력 제고는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발등에 불이 될때까지 진전을 보지 못했던 과제중의 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라 금융산업도 개방이 불가피하다. 선진국의 거대 은행과 무한경쟁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금융산업은 가장 낙후된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평가에서조차 금융부문 경쟁력이 46개국중 40위에 처져 있을 정도다. 약육강식의 개방파고 앞에 무방비로 방치해둘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 있다. 우물안 개구리 모양으로 가다가는 자본력, 경영능력이 앞서가는 외국은행에 먹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수합병과 규모화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난90년 1만2천2백여개이던 은행이 94년엔 7천9백여개로 줄었다. 일본에서도 지난 68년이후 2백40여건의 합병이 이뤄졌다. 금융기관의 경쟁력향상은 합병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화와 함께 책임경영과 경영합리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번 모양 갖추기에 이어 전문인력양성 경영기법개발 자율심사기능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를 통해 선진국과 맞먹는 내부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강제 인수합병을 명할때 자의성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관치시대에서처럼 미운은행, 예쁜은행, 말 잘듣는 은행, 호락호락하지 않는 은행등으로 나눠 정부입맛대로 판을 짤 우려도 없지않다. 또 고용조정제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러나 운영의 묘를 살리면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은행의 대형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고용 조정문제였다. 이 길을 트지 않고서는 대형화와 경쟁력은 영원한 공염불이 되고말 것이다.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도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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