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원화 동반강세로 수출기업 수혜효과 예전만은 못할듯

[돌아온 엔고] ■ 초강세 배경·국내경제 영향은<br>미·유럽경기 회복지연 우려에 중국 등 글로벌자금 몰려들어<br>원화가치 더 오르면 中企 타격… 정부 적극적 환율안정 노력을


엔고가 돌아왔다. 2007년 서프프라임 위기가 시작되면서 대세 상승해왔던 엔화가 달러당 85엔대까지 떨어지며 15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근접하고 있다.

엔화는 달러당 277엔대까지 올랐다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강세가 시작돼 일본경제가 장기 침체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1995년 4월에는 달러당 80.6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 상대국의 경기 호황 등으로 엔화가 약세를 띠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시 '엔 다카'(円高) 를 불러들였다.


자동차, IT제품 등 일본과 수출품이 겹치는 우리로서는 엔고는 언제나 반가운 손님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원화강세라는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면서 엔고 효과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엔화 초강세 배경은 = 지난 6일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에 대비 장중 한때 85.02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엔화가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1995년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후 일본 중앙은행의 구두 개입 등으로 9일 외환시장에서는 85.5엔대로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여전히 85엔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일본과 다른 선진국간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회복 지연이 불가피해 금리 인상도 그만큼 요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전망이 나은 일본 국채에 투자하면 금리와 환율 면에서 매력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의 '큰손'인 중국중앙은행이 일본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일본 재무성의 9일 발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4,564억엔(53억달러)어치의 일본 국채(JGB)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규모는 200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던 전월의 7,352억엔에는 못 미쳤지만 이로써 중국의 일본 국채 순매수세는 6개월 연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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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나 유로의 추가 약세에 대비한 리스크 헤지 노력도 중국의 일본 국채 투자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 더블딥 가능성에 따른 달러 약세 추세로 동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흐름속에 특히 엔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캐리트레이드 통화도 과거 엔에서 달러, 유로 등으로 대체되면서 엔화 매도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 예전에 싼 금리의 엔화를 빌려서 고금리 통화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금리도 싸고 가치도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화와 유로화와 같은 대체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엔고 효과는 예전만 못할 듯 = 2007년 이후 지난 2년 여간 한국은 엔화 절상의 최대 수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성춘 대외경제연구원 일본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빠른 회복을 보인데 반해 일본은 여전히 부진한 이유는 환율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며 "기술경쟁력이 10%라면 환율의 역할은 9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원화 역시 엔화와 함께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여 엔고 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통화중에 상대적으로 절상폭이 크지 않았던 원화의 경우 앞으로 꾸준히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엔화 강세, 원화 강세는 수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의 체감하는 부분과 수익성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은 1,100원 이하로 떨어지면 타격이 클 수 있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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