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할인점의 변신? 변질?

신경립 기자 <생활산업부>

백화점 정기 세일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이번주 들어 일부 할인점들이 세일을 개시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이래 아예 ‘여름 정기 세일’이라는 이름을 붙여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일부 업체도 평소보다 많게는 50%까지 깎아주는 대형 여름 세일을 연다. 이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온라인상의 ‘아웃렛’도 오픈, 매장의 재고나 이월상품을 파격가에 내놓고 있다. 애당초 낮은 판매가를 제시하는 할인점의 특성상 세일이나 아웃렛은 그야말로 ‘할인에 할인’을 거듭하는 셈.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이득을 본 느낌이다. 서비스는 점점 좋아진다. 홈플러스가 앞장서 운영하던 문화센터는 어느 틈엔가 롯데마트ㆍ이마트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한 중견 할인마트 점포의 의류매장은 본래 할인점 고유의 셀프 판매방식 대신 백화점식 대면판매를 도입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여러 브랜드에 담당직원 한 명만을 두다가 브랜드별로 판매사원을 두고 고객상담에 응한다는 것. 그밖에도 매출 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VIP라운지, 매장마다 날로 고급화되는 인테리어와 점차 폭넓게 진화하는 부대시설까지, 한국의 할인점 서비스는 해외의 ‘썰렁’한 할인점포 매장에 비하면 ‘호화판’이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 따르면 ‘할인점’이란 ‘셀프서비스에 의한 대량판매 방식을 이용해 시중가격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즉 서비스는 최소화하는 대신 물건 값을 최소한으로 줄여 가격 메리트를 제공하는 것이 할인점의 본연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빠르게 ‘진화’하는 할인점들을 뒤돌아보면 할인점 본래의 모습과 역할에서 너무 멀리 와버린 듯하다. 할인점이 자선단체가 아니라면 온갖 편의 서비스는 결국 가격인상 요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안기게 될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백화점이 온갖 세일과 기획을 남발한 결과 정상가격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듯 할인점의 ‘세일’은 평소 상품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변신’하는 할인점들, 과연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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