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ㆍ등록사들의 실적악화는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데다 북핵위기ㆍ사스 확산ㆍ이라크 전쟁 등 대내외 환경이 어느 때보다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같은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이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업을 제외하면 기대이상의 성과=상장기업의 상반기 순이익은 12조6,2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54% 줄었다. 영업이익과 매출액도 각각 22.63%(17조8,617억원), 0.90%(235조4,073억원) 감소해 상반기의 극심한 경기침체를 반영했다.
순이익의 감소폭이 의외로 큰 것은 반도체 부문의 수익악화와 정보기술(IT) 부문의 회복 지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업이 카드회사의 적자, 가계대출ㆍ신용카드 등의 부실증가로 인한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적자전환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업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8.69% 늘었지만 8,36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매출에 비해 순이익이 더 크게 줄어든데서 알 수 있듯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전체 상장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율이 7.59%로 전년 동기대비 2.13%포인트 떨어졌으며 매출액 순이익율도 5.36%로 2.88%포인트 줄었다. 1,000원어치를 팔아 겨우 76원을 남긴 셈이다.
하지만 금융업을 제외하면 당초 예상보다 좋은 결과라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실제로 제조업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과 순이익의 감소폭이 예상보다 작았다. 매출은 210조7,625억원으로 1.92%, 순이익은 13조4,863억원으로 19.62% 감소에 그쳤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은 “제조업만 보면 대내외적인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저조한 실적은 이미 예상한 결과며 오히려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며 “경기가 회복추세여서 3분기에는 개선된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정밀ㆍ철강금속ㆍ운송장비업은 선전=좋지않은 여건 속에서도 의료정밀ㆍ철강금속ㆍ운송장비업 등은 순이익을 늘려 다른 업종과 대조적이었다.
의료정밀업은 상반기에 421억원의 순이익을 내 전년동기 대비 2,119.4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철강금속업과 운수장비업도 각각 73.07%(1조5,085억원), 33.62%(2조4,992억원)의 순이익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포스코ㆍ현대차 등이 기대이상으로 선전한데 따른 것이다. 포스코는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84%, 현대차는 10.6% 증가했다.
반면 금융업과 운수창고업은 적자로 바뀌었으며 서비스업ㆍ유통업ㆍ전기전자업 등은 순이익이 줄었다.
◇삼성그룹 매출ㆍ순이익 모두 크게 줄어=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의 매출액이 32조2,939억원으로 전년동기의 46조4,374억원에 비해 14조1,435억원, 30.46% 감소했다. 순이익도 2조6,011억원으로 42.73% 줄었다.
이 같은 실적부진은 삼성전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매출 19조4,358억원, 순이익 2조2,58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2%, 40.9%의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의 영향으로 10대그룹 전체의 매출(91조5,761억원)과 순이익(5조5,992억원)도 각각 10.00%, 34.07% 감소했다. 이와함께 재계서열 4위인 한진과 6위인 현대는 각각 2,126억원, 2,118억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반면 서열 5위인 한화는 매출이 1조7,147억원으로 23.67% 줄었지만 순이익은 1,71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1,873.79% 증가, 눈길을 끌었다.
◇재무구조는 좋아져=상반기중 상장ㆍ등록기업의 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은 그나마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실적은 나빴지만 내실을 기함으로써 그만큼 기초체력을 강화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상장사중 제조업의 자본총계는 235조7,385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의 228조6,010억원에 비해 3.12% 증가했다. 반면 기업들의 차입금 축소 등 부채감소를 위한 노력으로 부채 총계는 248조9,761억원으로 0.93% 감소했다. 이에따라 부채비율은 지난해말의 109.93%에서 105.62%로 4.32%포인트 줄어 그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