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벤처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연구를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이들 기업들은 특히 이공계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경우가 많아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무색게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홈네트워크의 중심기기인 IP 셋톱박스 전문기업 ㈜티컴&디티비로(대표 김영민)는 올해 일본 진출 3년만에 IP 셋톱박스 시장의 80%를 장악하며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TSR 보고서에 따르면 티컴&디티비로는 2003년 세계 IP 셋톱박스 시장점유율이 2위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시장점유율 25.5%로 1위에 오를전망이다.
티컴&디티비로는 최근 국내에서도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홈네트워크 시장이 본격화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IP 셋톱박스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시장의 선전에 이어 국내시장에서 5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는 인력의 60%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각종 연구소 출신의 연구개발(R&D) 전담인력이며 김영민 사장 역시 ETRI출신이다.
최근 SK텔레콤의 휴대전화 단말기 자회사 SK텔레텍이 인수작업을 벌여 관심을모은 ㈜벨웨이브(대표 양기곤)는 자체 생산시설은 갖추지 않고 디자인과 개발만을담당하며 완제품 업체나 유통 전문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휴대전화 ODE(Original Design Engineering) 업체.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와 같은 세계적 대형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해 ODE라는 독특한 모델로 승부를 건 전략이 주효해 현재휴대폰 ODE분야에서 세계 유수기업들을 제치고 3위로 부상했고 2005년 말에는 ODE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양기곤 사장이 ETRI 출신으로 기술개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벨웨이브는 전체인력 380여명중 75%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초정밀 측정장비 전문업체인 에스엔유프리시젼(대표 박희재)은 LCD(액정표시장치)의 액정 주입량을 산출하는데 활용되는 `3차원 형상 측정장비' 분야에서 일본 업체를 제치고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3차원 형상측정 장비는 LCD 생산공정에서 액정 주입단계 이전에 LCD 유리판에들어가는 액정 주입량을 산출해 주는 장비로 전체 생산공정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장비로 평가받고 있으며 올해 700억원대, 내년 1천5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예측되고 있다.
일본의 다카노(DAKANO)사와 미국의 자이고(ZAIGO)사 그리고 에스엔유프리시젼등 3사가 경합을 벌여온 가운데 LG필립스LCD를 비롯해 NEC, AUO등 굴지의 LCD 생산업체와 잇따라 공급을 체결하며 올초 이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지난 98년 서울대 벤처창업 1호로 출범한 이 회사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박희재 교수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서울대 출신의 석.박사 10여명이 연구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회사인 ㈜아이디스(대표 김영달)도 짧은 시간내에 세계 DVR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해 지난해 4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미국의 GM, 영국의 DM에 이어 3대 DVR회사로 성장한 이 업체는 올해 600억원의 매출이 목표다.
김영달 사장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출신이고 전체직원 중 25명이 카이스트 출신이며 나머지 직원 39명도 대부분 공대 출신이다.
최근 산자부에 따르면 아이디스는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지역의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지멘스를 통한 유럽시장 진출이본격화되고 있어 전망이 밝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는 어렵지만 세계 IT, 반도체 경기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만큼 기술력을 무기로 한 벤처기업의 미래는 오히려 밝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