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기영합/이강두 신한국당 국회의원(로터리)

요즘 사회 분위기 탓인지 이숍의 우화 「부자와 당나귀」를 상기하게 된다. 아버지가 당나귀에 타고 아들을 걸리고 가니 동네 사람들이 어린 아이를 학대하는 몰인정한 사람이라고 욕을 한다. 대신 아들을 태우고 아버지가 걸어면서 다음 동네를 지나가니 불효자식이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부자가 함께 타고 그 다음 동네로 가니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비정한 사람들이라고 매도한다. 할수 없이 당나귀 다리를 묶고 막대기를 끼워 당나귀를 메고 가니 사람들은 바보들이라고 비웃는다.이 우화의 교훈은 말할 것도 없이 여론에 너무 민감하게 영합하면 실익도 놓치고 민심도 잃는다는 것이다. 줏대없이 남의 말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경고다. 이 우화에서 사안을 분별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할 사람은 아버지다. 그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비도덕적 사람도 아니였지만 판단력과 의지가 부족했다. 자기들 행동의 일부분만 보고 비난하는 동네 사람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옳은 길을 택했어야 했다. 당나귀에 한 사람이 타고가는 것은 상식이다. 걸어가던 아들이 피곤해지면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또 자신이 걷기 힘들 때는 자기가 타고 하는 식으로 부자가 번갈아 당나귀를 타고 갔어야 했다. 지도자는 우직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귀가 엷어서도 안 된다. 요즘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한 노동관계법 개정은 역대 어느 정권도 감히 손을 못 댄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해득실이 엇갈리는 양대 집단이 버티고 있는 이상,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묘안은 없는 것이다. 『노동법을 그대로 두면 나라가 망하고 노동법을 개정하면 정권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장안에 회자되듯이 노동법 개정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인기만 생각한다면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다. 양쪽 공히 한발자욱씩 양보하도록 절충한 것이 새 노동법이다. 만에 하나 노동계의 주장대로 재개정한다고 해보자. 그때의 민심은 또 어떻게 돌아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 말한 이숍 우화의 아버지 꼴이 되지 않을까? 정도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서 찾아야 한다. 어떤 길이 민족의 먼 장래에 이로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일시적인 사태 수습만이 능사가 아니다. 반짝하는 인기에 영합하다가는 게도 우럭도 모두 놓친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노동조합의 구미를 맞추다가 나라를 망친 남미 여러 나라의 반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확고한 철학과 굳은 결의로 근로자들의 거센 저항을 극복하고 영국 경제를 회생시킨 「철의 여인」 대처수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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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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