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2월31일‘세계 최고층 빌딩’의 영예를 안으며 대만의 타이베이 101빌딩(국제금융센터ㆍ508m)이 문을 여는 순간 지구촌은 인류의 초고층 기술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조그만 사막 도시인 두바이에서 높이 800m 이상의 버즈 두바이타워가 이 자리를 갈아치우며 위용을 과시했다. 이 조차도 인근에 짓기로 한 1,200m 높이의 건물에 또다시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지구촌 전체가 하늘을 향한 끝없는 높이 경쟁에 돌입한 듯하다.
우리나라도 건물의 높이 경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높이 500m 이상의 건물 계획이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미 용산역 개발지역에 높이 620m까지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 최고층 건물을 국내 업체가 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세계인의 뇌리에 한국 건축기술의 잠재력을 깊게 각인시켜 놓고 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을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건설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300m를 넘는 건물이 없다.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상하이(上海)에서 최근 15년간 30층 이상의 건물만도 1,000개 이상 세워졌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70%는 100층 이상의 랜드마크성 건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이 같은 높이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과반수에 머물고 있고 더구나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4명중 1명에 그치고 있다.
지구촌에서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건물의 높이 경쟁은 랜드마크성 건물의 부가가치가 안전과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신기술들이 등장했기에 가능하다.
초고성능 건축자재 개발, 초고속 엘리베이터 등장, 그리고 화재를 감지하고 조기에 반응하는 정보통신기술 및 나노기술과 건설기술의 융합 등이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21세기 미래 성장동력이 지식과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수직 공간을 통해 지식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도 새로운 수요 패턴이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인류는 5,000년 전 높이 92m의 바벨탑에 도달했다. 21세기 안에 나노기술과 융합된 우주 엘리베이터가 등장해 지구와 달 사이에 주요한 교통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는 미국우주항공국(NASA)의 전망은 눈길을 끈다. 첨단 건설기술과 융합된 새로운 상품을 보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