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현대차, 질주본능을 깨워라] <상> 이미지 경쟁력 업그레이드

품질은 세계가 인정… "이젠 브랜드"


“현대차 딜러를 시작한 4년 전과 비교해 현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나 이미지가 크게 향상돼 판매하는 데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지난 11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만난 현대차딜러인 다비드 괴레스(43)씨의 전언이다. 프랑크푸르트 북부 빌레센트에서 기아차를 판매하고 있는 한 딜러도 “5년 전만 해도 기아차의 이름도 모르고 차를 사러 오는 고객이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원하는 차종의 가격까지 알고 문의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씨드’ 출시 이후 기아차를 독일차와 비슷한 수준에서 비교할 만큼 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현대ㆍ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나 파워가 글로벌 메이커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유럽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브랜드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세계가 인정한 품질 수준=지난 3월 현대차는 도요타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미국 캘리포이나에서 외신기자를 초청해 ‘베라크루즈’와 ‘렉서스 RX350’의 비교 시승을 감행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무모한 도전이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결과는 보기 좋게 뒤집어졌다. 위싱턴포스트는 “베라크루즈를 타고 캘리포니아의 굽은 길을 주행한 참가자 대부분이 1만1,000달러나 더 주고 RX350을 살 이유가 없다”며 현대차의 품질을 치켜세웠다. ‘현대차는 도요타 사이드미러를 통해서만 보인다’던 도요타 측의 예언(?)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신차의 품질을 가늠하는 미국 JD파워의 신차품질지수(IQS)에서도 현대차의 괄목할 만한 품질향상은 증명됐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37개 자동차 메이커 중 34위에 머물렀던 현대차는 2004년 7위, 지난해 3위로 급상승해 전세계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1년 이후 6년간 평균 불만개선에서도 업계 평균(15.6%)의 3배 수준인 46.9%를 기록하자 현지 언론은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거나 ‘지구는 평평하다(The Earth is flat)’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또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올해 실시한 차량 내구성 조사에서도 현대차는 7위를 기록하며 BMW(19위)와 닛산(24위), 사브(25위), 메르세데스-벤츠(36위) 등 세계적인 메이커를 따돌렸다. ◇초일류 브랜드에 도전=“정몽구 회장은 지난 6년간 ‘불량률 제로’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그 결과 현대차가 자동차업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적을 창출하게 됐다.”(타임 2005년 6월27일자) 세계가 인정한 현대차의 품질은 무엇보다 정 회장의 집념이 낳은 값진 결실이다. 정 회장은 1999년 미국 현지 딜러들의 품질개선 요구를 직접 들은 후 ‘현대차는 싸구려’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품질혁신을 선언하고 스스로를 ‘품질본부장’이라고 칭하며 품질개선을 독려하고 나섰다. 이처럼 품질우선을 외치던 정 회장도 이제는 달라졌다. 올초 신년사에서 그는 ‘브랜드와 감성품질’을 강조했다. “브랜드나 감성품질과 같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까지 선진업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마케팅 능력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자동차 메이커 간 기술격차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만족과 브랜드 등 고객중심의 경영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미국시장의 신차종 수가 1999년 250종에서 최근 340종을 옷돌 정도로 급증하는 등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같은 차급에 속해 있는 차량이라고 할지라고 메이커와 브랜드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기업이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품질뿐만 아니라 브랜드ㆍ고객만족 등과 같은 고객가치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와 가치를 높여라=그렇다면 현재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7월 발표한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3계단 오른 72위를 차지했다. 2005년 84위로 국내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업체만 비교하면 8위에 올라 렉서스나 닛산보다 앞서는 수준이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로 따지면 44억5,300만달러로 도요타(렉서스 제외)의 320억7,000만달러나 BMW의 216억1,2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이와 관련해 “품질향상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부재는 현대차 성장의 한계를 보여준다”면서 “조만간 선보일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에 한국 자동차업계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4월 뉴욕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프리미엄 세단으로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와 일간지 시카고트리뷴 등에서 현대차를 럭셔리 브랜드 반열로 끌어올릴 차로 평가받고 있다. 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제 자동차업계는 저가정책이나 경쟁사보다 긴 보증수리기간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면서 “기술개발과 함께 마케팅과 디자인 등 감성품질을 높여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강판 만들어야 좋은 차 만들수있다" 안정적 철강공급 위한 일관제철소 건설 박차 '당진의 붉은 쇳물이 울산으로 달려간다.' 지난 5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로 향했다. 늘 해오던 자동차 사업보다는 정 회장의 숙원인 제철 사업의 디딤돌을 놓기 위한 출장이었다. 정 회장은 브라질 현지에서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인 CVRD사와 오는 2010년부터 10년간 연간 400만톤 이상의 철광석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일관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원료공급'의 숙제를 깔끔하게 풀어버렸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성장엔진이 당진벌을 달구고 있다. 2011년을 목표로 건설 중인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붉은 쇳물을 토해내는 순간은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연산 1,850만톤 규모의 조강생산능력을 보유한 세계 10대 철강업체를 품에 안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 어느 경쟁사보다 원자재인 철강제품을 자유롭게 공급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열연강판 등 고급 철강재의 수입대체를 통해 국내 수요산업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체들의 경우 현대제철이 후판설비를 신설하면 철강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량 증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 전기로 공법의 한계를 벗어나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조선ㆍ자동차ㆍ가전 등 철강 수요가 큰 핵심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설립은 기업경영의 핵심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친환경'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자동차 개발에서 생산,폐차 처리, 재활용 단계까지 아우르는 현대차의 프로세스와 현대제철의 생산시스템이 연계되면 현대ㆍ기아차그룹 내에 '쇳물(현대제철)→자동차용 냉연강판(현대하이스코)→자동차(현대ㆍ기아차)→폐차 처리(현대차)→고철 재활용(현대제철)'으로 이어지는 '자원순환형' 사업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일관제철소에 대한 의지도 돋보인다. 정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재와 부품의 품질 수준은 완성차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좋은 강판을 만들어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일관제철소 건설에 열정을 쏟고 있다. 자동차 강판의 품질경쟁력에 대한 집념도 대단하다. 현대제철은 고로 가동 이전에 벌써 기술연구소를 설립, 독일의 티센크루프스틸과 같은 세계적인 철강업체와 기술제휴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2월에는 1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당진공장에 현대제철연구소를 완공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조선ㆍ기계 등 주요 수요 업계의 과제는 핵심부품 소재인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라며 "일관제철소 설립과 함께 고품질ㆍ고기능 신강종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그룹 차원에서 석ㆍ박사급 연구진을 유치해 열연강판 제조 분야는 현대제철이,냉연강판 제조 분야는 현대하이스코가,완성차 개발 분야는 현대ㆍ기아차가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세스 단계별 연구개발'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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