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탱크 종말론의 경제학


탱크는 더 이상 필요없을까. 미국에서 전차 무용논쟁이 한창이라는 외신의 전언이다. 당장 방위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1996년 디트로이트 생산라인이 폐쇄된 후부터 미국 유일의 탱크 생산시설로 남아 있던 오하이오주 라이마공장이 폐쇄 위기를 맞았다. 1,220명에 달했으나 이젠 500여명 남은 직원들마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처지다. 1916년 프랑스 솜 전투에서 선보인 탱크는 과연 현대전의 애물단지인가.


△논쟁이 치열하다. 드론(무인항공기)이나 네트워크 전투장비가 우선 구입 대상이라는 주장과 여전히 필요하다는 견해가 맞선다. 후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캐나다군은 독일제 레오파트2를 임대했다가 전장환경에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해 아예 구매해버렸다. 과연 어느 쪽의 견해가 맞는지는 보다 정교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다. 무용론의 배경이 돈에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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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골치 앓는 이유는 과다 보유. 비상시를 대비한 보관용을 제외한 현역 탱크만 8,725대. 5,000대 이상이 창고에서 놀고 있는 이 전차들은 모두 M1시리즈다. 이만한 규모를 단일 시리즈로 운용하는 국가도 미국뿐이다. 한때는 월 120대씩 뽑아냈으나 이제는 생산설비를 유지할 수 있는 연간 최소생산량인 7대조차 신규주문을 못 내는 상황이다. 경제학의 눈으로 보자면 '한계 체감·체증 법칙'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3년간 신규주문을 내지 않을 방침이다. 중고탱크를 분해해 재조립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물량마저 예산감축에 걸려 원만치 않다. 대안은 해외 판매. 이스라엘과 천적인 이집트에 M1A1을 1,005대나 판매했을 정도다. 그리스와 모로코·타이완·페루에 대한 판매에도 목을 걸고 있다. 라이마의 설비에서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를 위탁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란다. 영국의 생산라인은 멈춰선지 오래다. 세계적인 탱크 보유·생산국인 한국도 언젠가는 안게 될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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