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환율에 영향을 덜 받는 품목 중심으로 이뤄지는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수출 호조의 원인:대개도국 수출의 선전’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90년대 이후 대선진국 수출은 연평균 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개도국 수출은 15.6%의 고신장을 기록했다”며 “상대적으로 약한 환율 전가 효과와 개도국의 높은 성장세가 수출 호조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개도국으로 볼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회원국에 대한 국내 수출 비중은 2002년 50%를 넘어 올해 5월 말 현재 59.8%에 달했고 총 수출 증가분에서 대개도국의 비중은 79%까지 올라섰다.
연구소는 환율 하락에도 개도국 수출이 늘어나는 이유로 환율 전가에 의한 수출 감소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율 하락에 의한 수출 감소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자동차ㆍ자동차부품ㆍ무선통신기기 등 3개 품목이 개도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에 그치는 반면 영상기기까지 포함해 환율 전가 효과가 큰 4개 품목은 대선진국 수출에서 32.7%를 차지한다. 원화 절상에 따른 타격을 대선진국 수출이 더 크게 받는다는 얘기다. 또 개도국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그에 따른 수입 증대 역시 우리나라 수출을 이끄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연구소는 “이 같은 요인을 장기적인 수출 호조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며 “경쟁력이나 수출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심화되는 원화 강세는 한국 수출의 장애요인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원화 가치는 올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0.3% 올랐지만 주요 수출경쟁국인 홍콩ㆍ대만ㆍ일본 통화는 이 기간 중 달러 대비 각각 0.5%, 1%, 3.1% 하락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다.
연구소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로 수출이 증가한 품목이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보이는 등 환율과 경쟁력 하락은 수출의 불안요인”이라며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금리ㆍ주식 등 자산가격 급등을 방지해 원화의 추가 절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