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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이동통신사들의 LTE 전쟁이 심화되면서 회사의 기술인력들이 다 빠져나갔습니다. 기껏 키워 놨더니 대기업에서 데려가고, 사업한다고 나가고…"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만난 오승탁 나우스넷 대표는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울 정도였다며 원망 반 역정 반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나우스넷은 이동통신망 구축에 필수인 기지국, 중계기 등 설치를 맡은 업체로 무선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 분야의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 몇 안 되는 업체인 만큼 관련업계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나우스넷의 인재들을 낚아채 갔다.
오 대표는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일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아무나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고민 끝에 오 대표가 자문을 구하러 간 곳은 SK?레콤.
지난 1996년부터 협력사인 나우스넷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는 SK텔레콤은 이번에도 똑 부러지는 해답을 내놨다. 바로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실무 중심 교육을 실시해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 인력까지 확보하는 것.
무릎을 탁 친 오 대표는 지난 7월 처음 서울디지텍고 등과 시범적으로 연계교육 협약을 맺었다. 이후 9월 양영디지털고, 10월 성일정보고와 본격적으로 산학 협력 협약을 맺고 인재 키우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오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처음 왔을 때 답답한 적도 많았다"며 "심지어 회사가 한창 바쁠 때 구경을 시켜준다고 여자친구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나 기저귀부터 다시 채우자는 마음으로 일대일 관리를 통해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학생들에게 전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학 진학을 위한 학습능력 키우기에도 힘썼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나우스넷의 의지와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SK텔레콤은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지난달 나우스넷 등 5개 협력사와 4개 특성화고의 산학협력 협약식을 주도한 SK텔레콤은 앞으로도 협력사의 인력난을 해결하고 고졸 취업 확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SK텔레콤과 협력사, 특성화고 모두가 협력을 통해 서로 발전하는 동반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SK텔레콤은 앞으로도 협력사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계속해 함께 커 가는 상생협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SK텔레콤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구성한 이동통신 특화 교과 프로그램을 개발, 내년 특성화고에 이동통신 과목을 신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LTE 등 최신 네트워크 장비를 실습용으로 제공하고, 회사 내 각종 연구시설을 개방해 학생들이 직접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오 대표는 "산학협력을 시작한지 반년 정도 밖에 안됐지만 이미 성과도 좋고 보람이 크다"며 "SK텔레콤은 업무뿐 만 아니라 가려운 곳까지 다 꼼꼼하게 도와주고 챙겨 준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아울러 그는 "SK텔레콤이 협력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에도 참가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제까지 대기업의 눈치만 보고 수동적인 관계였는데, 지금은 애로사항도 얘기하고 당당하게 역할을 요구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져 꽤 의미심장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2007~2011년까지 5주년 계획을 통해 매출이 두 배나 급성장한 나우스넷은 안정적인 기술인력 확보를 바탕으로 성장에 더 가속도를 내고 있다. 오 대표는 "과거엔 능력을 갖춘 완성품 인재를 선호했지만, 이제부터는 반제품 상태인 학생들을 데려와 맞춤형 인재로 키워 회사와 함께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