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6월 4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최영집(대한건축사협회 회장)

나는 우리나라를 참 좋아한다. 아니 꼭 나라만이 아니라 ‘우리’라는 이름으로 붙은 모든 나의 소속 집단들을 사랑하고 아끼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들, 의무로 복무했던 해군,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직장, 내가 취득한 자랑스런 국가면허와 그 협회, 모두 나의 인생을 통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당시 만난 사람들이 언제나 귀하고 고마울 뿐이다. 나의 살아 있는 의미이며 울타리이다. 그 중 제일 큰 존재가 조국인데 내가 아직 세계인이 되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거의 맹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아무리 이미 한국이 다문화 다민족 국가가 됐다 하더라도 나라사랑은 변함없다. 서울이 고향인 관계로 애틋한 고향의 향수가 없는 대신 나라라는 개념이 일찍부터 어린 가슴에 자리 잡아서인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정부수립동이로서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등의 노래를 들으며 새 국가관을 다지고 “잘 살아보세”와 함께 희망을 향해 달렸던 시대를 살아온 게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허리띠 동여매고 근로의욕과 성취 욕구를 불태우며 살아왔고 나의 발전이 국가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사명감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것이 국민된 도리요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서울로 들어오는 길이면 알 수 없는 편안함과 행복감에 젖는다. 아무리 북한이 협박을 해대도 정치적으로 좌우가 흔들려도 우리나라에 대한 그 단단한 마음은 변하지 않으며 모든 일이 잘돼나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낙관한다. 시대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항상 중심축에 서서 편파적으로 기울지 않도록 하며 오로지 일하는 것과 자식을 잘 기르는 일이 애국의 근본이라고 믿으며 살아왔다. 아직도 특수 여건으로 선진국 대열 진입이 어렵기는 하지만 이제는 나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때라고 생각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상고출신 변호사가 변혁을 내세우며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요, 기업가 출신이 또 다른 철학으로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어느 방향 어느 노선이 국익을 위해 더 유익할지 좀 더 인내하며 기다려보자. 5년의 기회를 줬으면 침묵하면서 5년을 줘보고 그 다음 미래를 선택해보는 슬기가 필요할 것 같다. 냄비근성에서 벗어나 본래의 뚝배기 기질로 돌아가 은근과 끈기로 우리의 살길을 다져나가야 한다. 침묵의 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선동하지 말고 자극하지 말고 편 가르지 말고 이용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자.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대중교통이 잘돼 있는 나라가 없고 요금이 싼 나라가 없다. 삶의 질이나 편리성이 한국만 한 나라가 있는가 다시 생각해보자. 각자 본연의 자세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생업에 충실하다 보면 한국형 민주주의와 함께 한국형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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