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지난 3ㆍ4분기에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증가세는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은행이나 저축은행보다 대부업체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더 커 가계대출의 질적 악화가 우려된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ㆍ4분기 우리나라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보다 13조6,000억원 늘어난 937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ㆍ4분기 911조8,000억원에서 올해 1ㆍ4분기 911조1,000억원으로 주춤한 뒤 2ㆍ4분기(923조9,00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다만 분기별 증감률을 따져보면 가계신용 증가세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 대비 가계신용 증감률은 지난해 2ㆍ4분기 9.1%로 정점을 찍은 뒤 점점 낮아져 올해 2ㆍ4분기 5.8%에 이어 3ㆍ4분기에는 5.6%까지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 가계신용 잔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증가세가 지난해 1ㆍ4분기 이후 개선되고 있다"면서 "3ㆍ4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최근 4년 증감률 중 올해가 가장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3ㆍ4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6%)을 감안해도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가계신용을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분해서 볼 때 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전 분기보다 12조1,000억원 늘어난 88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은행대출의 증가액은 1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4조8,000억원의 3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저축은행과 신탁ㆍ우체국예금의 가계대출은 각각 1조1,000억원과 1,000억원 줄어들었다.
반면 보험사와 카드사ㆍ증권사ㆍ대부업체 등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233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무려 9조4,000억원이나 증가해 예금취급기관의 증가분(2조7,000억원)을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