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회계자료·현장 확인으로 모뉴엘 쇼크 피한 우리은행

6,000억원대의 사기대출 혐의로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27일에는 은행권 대출, 무역보증보험의 보증 외에 서울보증보험·기술보증보험에서도 100억원대의 보증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밝혀지는 등 추가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을 모두 회수해 모뉴엘 쇼크로 인한 손실이 전혀 없는 우리은행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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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까지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우리은행은 대출액이 850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대출금을 전부 회수했다. 대출담당 심사역이 감사·회계자료를 검토하다 과도한 매출·이익 증가세 등 이상한 점을 여러 곳에서 발견하고 경기도 안양에 있는 모뉴엘 본사까지 찾아가 박홍석 대표와 면담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사기대출을 의심한 우리은행 심사역은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고 윗선에 보고해 결국 전액을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기업이라는 평판과 서류만 믿고 막대한 대출을 해주고는 사후관리는 소홀히 한 채권은행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10개 은행은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보증서를 발급한 무역보증보험과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자기 눈의 커다란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만 나무라는 격이다.

은행권의 남 탓은 올해 초 발생한 KT ENS의 사기대출 등 금융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이다. 모뉴엘 사태가 터지자 관련 은행들이 한다는 소리는 "수출 관련 심사를 서류상으로만 확인하는 것일 뿐 현장에서는 하기 힘들다"였다. 그럼 우리은행 직원은 뭐하러 서류를 꼼꼼히 체크하고 의문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방문까지 했단 말인가. 은행권은 책임회피에 앞서 허술한 대출심사·리스크 관리체계부터 재점검하는 게 마땅하다. 서류조작에 연루된 자는 없는지, 수출금융 지원체계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조사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금융당국과 검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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