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자리 창출, 영국의 교훈

삼성전자가 영국 윈야드의 가전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15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이날 조금은 뜻밖의 발언을 꺼냈다. 그는 월례 기자 회견 석상에서 “삼성전자의 영국 공장 폐쇄와 이에 따른 425명의 영국인 실직 사태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과 수백명의 `별 것도 아닌` 공장을 폐쇄하는데 대해 총리가 직접 나서 서운함을 표시하는 상황을 삼성의 임원들은 어떻게 해석했을까. 시계추를 돌려 지난해말. 삼성전자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하루하루 피가 말랐다. 장사가 안돼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화성 공장의 증설 규제를 풀어주겠다던 정부가 1년 가까이 되도록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니 다음해 예산을 짜야 할 자금 책임자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던 것. 나라 안팎에서 벌어진 우리 기업들의 역설적인 양면에, 올해 정부의 최대 국정 슬로건으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문제를 생각해 본다. 정부는 해가 바뀌자 마자 `백화점식 실업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을 늘린다”“해외 연수를 통해 청년 무역인력을 양성한다”는 등의 온갖 기기묘묘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온다. 경제부총리는 아예 공공부문에서 국가 공무원을 1만명 늘리겠다고 나섰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겠다면서 기껏 생각하는게 공무원 늘리기다. 급기야는 사람을 뽑아주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착상까지 동원됐다.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다. 국가 시책이라는 고용 문제까지 4월 총선에 타깃을 맞춘 듯하다. 그렇다면 정작 사람을 뽑아야 할 주체인 기업들은 정부의 이런 시책들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성그룹의 한 임원이 꺼낸 말. “기업들이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을 뽑습니까. 우리 기업들이 왜 해외로 나갑니까. 공장터가 아파트로 채워집니다. 일자리가 `잠자리`가 되는 셈이죠. 우리는 언제나 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블레어 같은 정치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김영기 산업부 기자 young@sed.co.kr>

관련기사



산업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