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시행 3년… 기로에 선 대형마트 영업규제 (하)] 규제 아닌 상생이 해법

김포·안산 등 '평일 의무휴업' 절충안 찾아

상생 우수 마트엔 의무휴업일 면제도 방법

현대화 2조 투입 불구 매출 하락… 전통시장은 콘텐츠 전략으로 가야

전통시장 데이 등 판로 개척 지원… 마트는 노하우 전수에 앞장을


대형마트 규제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표류하는 것은 전통시장의 대척점에 있는 대형마트를 규제하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근시안적인 해법에 매몰된 탓이 가장 크다. 대형마트로 향하는 소비자 발길을 막으면 자연스레 전통시장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상인들의 생존권도 보장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도입 3년을 맞은 대형마트 규제는 명분에만 치우진 나머지 대형마트·전통시장·소비자 모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는 '3중고 규제'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 규제가 대기업(대형마트)과 소상공인(전통시장)이라는 이분법 구도로 재편된 사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중견 유통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들여다 볼 부분이다. 규모나 업태에서 대형마트와 흡사하지만 매장이 상대적으로 작고 대기업 계열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형마트 규제에서 온전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도권에서 10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하이웨이마트(139480)는 사실상 대형마트와 똑같은 형태로 운영된다. 일정금액 이상 상품을 구입하면 무료로 자택에 배송해주는 것은 물론 전용 멤버십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상품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얹어주는 '1+1 상품'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들 중견 유통업체는 전체 임직원이 200~300명에 달하고 매출도 웬만한 대형마트 1개 점포와 맞먹는 2,000~3,000억원에 이른다. 대형마트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24시간 연중무휴'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대의명분을 상실하면서 의무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자체 조례를 개정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바꾼 경기도 김포시와 안양시가 대표적이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실익보다 폐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자 절충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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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명분만 남은 대형마트 규제를 해결하려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갈등 구도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상생협력의 관계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는다. 전국 지자체는 대형마트 규제 이전인 2002년부터 올해까지 2조원이 넘는 예산을 전통시장 현대화에 쏟아부었지만 오히려 전통시장 매출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흥섭 경북대 지역시장연구소장(경영학부 교수)은 "기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를 적으로 여기면서 시설 현대화를 통해 대형마트 따라하기에 급급해서는 근본적인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며 "하드웨어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상권과 문화적인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최근 이마트가 서울 중곡제일시장의 상권 보호를 위해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중복되는 신선식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롯데마트도 '전통시장 데이'를 열어 전통시장 판로 개척에 나서는 등 나름 의미있는 행보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전통시장은 판로 개척이라는 기회를 보장받고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에 유통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전방위적인 상생협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전통시장과의 상생협력에 적극적인 대형마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해당 지자체 대형마트 매출의 일정액을 전통시장 활성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통시장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성과를 거둔 지역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을 면제해주거나 영업시간을 연장해줌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 기금도 현재 대형마트 신규 점포 출점을 앞두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근 전통시장에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3년이 지나도록 규제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흥 정책으로 변경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갈등이 계속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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