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23일] 해외농업진출 성공하려면

세계 곡물재고율이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정한 식량위기수준 이하인 14.6%로 떨어지면서 세계곡물가격은 최근 2년 새 두 배 이상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곡물수출국들은 수출세 인상, 수출량 할당, 수출금지 등 곡물수출제한조치를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이제 곡물가격 상승문제는 안정적인 수입물량 확보문제로 확대돼 식량위기 징후가 완연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소비하는 식량곡물의 4분의3을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제3위 곡물수입대국이다. 따라서 물가안정 차원의 단기적인 곡물가격안정화 대책을 넘어 중ㆍ장기적인 곡물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원론적으로 국내 식량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족한 식량을 해외에서 반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일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국내식량생산 잠재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농지전용(轉用)완화조치 등 모든 시책을 재검토하고 이모작(二毛作) 포기 등으로 유휴되고 있는 농경지를 사료작물용지로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유인(incentive)적 시책이 절실하다. 또한 시급한 해외식량 도입물량의 확보를 위해서 곡물수출국의 현지농장과의 계약생산 재배를 확대하고 수출국 현지의 식량 수집상과 식량 수출상들을 인수합병(M&A)하는 전략과 함께 수출국에서 우리나라로 식량을 반입하기 위한 저장 및 수송 인프라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외농장확보를 위한 해외농업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해외농업진출은 식량의 해외생산기지 구축이라는 필요성뿐만 아니라 개방으로 유휴될 수밖에 없는 국내 농업기술인력과 자본재산업의 새로운 고용과 소득기회를 해외에서 발견하는 것으로 한국농업의 외연(外延)을 확대한다는 농업구조조정 측면에서의 전략적 중요성도 대단히 크다. 그러나 그동안의 해외개발사업은 농업생산 지원시스템의 미비, 해외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국내반입문제, 생산국 현지법률과 제도 및 관행과의 마찰문제 등 사전적인 준비미흡과 지속적인 투자ㆍ경험부족 등으로 대부분 중단ㆍ실패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업 해외진출을 성공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진출대상지역이 현 수준에서도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내수시장 규모가 크고 충분한 지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현지 또는 국제시장으로 판매하고 비상시에는 국내시장으로 반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현재 거론되는 연해주ㆍ동남아시아ㆍ몽골 등지에 대한 해외진출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해외농업진출을 성공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은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농업시스템이 동반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해외농업생산자원의 부존 조건이 비교우위에 있다 하더라도 농관련산업(Agri-buisiness)의 적절한 뒷받침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농업의 해외진출은 농업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농업시스템의 진출로 한국농산물 고유브랜드에 의한 신시장과 신수요를 개척해나가는 글로벌경영의 자세가 요구된다. 해외농업진출을 성공시킬 수 있는 마지막 조건은 정부차원의 효과적인 지원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의 단독능력으로는 농장확보와 관련된 교섭과 협상능력이 부족하고 대규모 농장개설과 운영에 필요한 초기투입자본(기계ㆍ설비ㆍ시설)을 동원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식경제부 소관의 해외자원개발법에 준한 해외농업지원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 남북분단으로 남한은 대륙과의 통로가 단절된 채 해양자원과 해양시장에 의존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다. 이에 따라 자원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자원가격이 비싼 나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 공습에도 적절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냉전시대 붕괴 이후 구소련과 중국은 시장경제체제로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북한도 남북화해의 길을 굳이 외면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유라시아대륙의 방대한 자원에 대한 우리의 접근기회가 문득 확대되고 있다. 활발한 해외농업진출을 통해 우리의 식량공급능력을 확대하고 우리농업의 외연을 확대해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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