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의료기기 아시아 태평양 사장으로 재직할 때 도쿄에 근무하는 직원의 `멘토`를 맡았었다. 그 일본인 사원은 각종 프리젠테이션 준비는 물론, 경력관리나 자기 상사와 의논할 수 없는 다른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와 개인적인 고민까지도 내 의견을 묻곤 했다. 지금은 물류담당 중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데 장차 훌륭한 간부로 크게 성장할 재목임에 틀림없다.
멘토는 그리스의 선지자 멘토르(오디세우스가 자기 아들이 지혜롭고 현명한 왕자가 되도록 교육을 부탁했던 인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지혜와 신뢰, 존경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GE의 멘토링 제도(Mentoring System)도 업무 연관성이 없는 선후배끼리 일대일 관계를 맺고 후배가 차세대 리더가 되도록 선배가 앞장서 도와주는 활동이다. 멘토는 멘티의 성장 발전, 경력개발 계획 등에 대한 지원이나 조언을 해주고, 멘티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문화나 조직의 운용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멘토링 제도는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수 인력의 양성ㆍ유지 등 회사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멘토와 멘티 모두의 적극적인 태도, 상호간 신뢰와 존경, 서로에 대한 철저한 비밀유지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상호간 합의에 의해 기대치와 책임감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 셋째, 멘토 멘티 관계가 끝났을 때 서로 어떤 비방도 하지 말아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내 경우 멘토 역할을 장점은 상상 이상이었다. 첫째는 젊은 세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둘째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업무상 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새 분야에 대한 정신적인 자극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셋째로 상호 토론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이해하지 못하던 부분도 알 수 있었다.
GE 코리아에서는 최근 여직원을 위한 멘토링 제도를 도입했다. 멘토링 제도는 상호 솔직한 대화로 건강한 조직을 구성하고 조직 내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와의 간극을 좁혀줄 수 있다. 어디서든 한번쯤 과감하게 도입해 보면 좋을 성싶다.
<이채욱 GE코리아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