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9월 28일] 기본으로 돌아가자

'다 잘못된 것이다.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기본은 지켜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신발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다. 여기서 기본이란 신발의 목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신발을 다른 관점으로 봐야 더 좋은 신발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시대의 신발은 초기 신발의 목적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태어났다. 그러나 점점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로, 그리고 현재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하나의 액세서리가 됐다. 그러다 보니 신발의 탄생 이유인 발을 위한다는 목적을 잃어버린 채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추세다. 신발의 진정한 의미가 변질된 것이다. 이런 목적을 잃은 신발로는 중국의 전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때는 중국에서 전족이 당대 최고의 패션아이템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왜곡된 아름다움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신발을 후대의 우리 자손들이 보게 되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실제 발 모양과 다른 신발은 발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굳은살과 물집 같은 상처를 남기며 발을 변형시킨다. 기본을 잃어버린 변화인 것이다. 어느 디자인이든 기본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지난 2000년 디지털 슈라는 맞춤신발을 출시한 적이 있다.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량 생산체제에서 나오는 표준화된 신발을 신는 것은 불편함이 따른다. 디지털 슈는 고객들이 매장에 오면 컴퓨터의 3차원 프로그램으로 고객의 발등 두께, 볼 너비, 발길이 등의 치수를 측정해 데이터를 곧바로 공장에 전송, 이틀 만에 고객 손에 배달되게 만들었다. 획기적인 시도였지만 실패로 끝났다. 고객들이 매장에 와서 사이즈 재는 시간을 내는 것조차도 귀찮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우리의 시도는 계속됐다. 결국 2만여족의 발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적인 발 모양을 찾아내 발에 맞춘 듯한 착용감을 주는 네스핏을 개발해냈다. 네스핏은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신발이래도 본래 목적을 잃은 신발은 신발로 보기 어렵다. 기본을 바탕으로 한 변화야말로 진정한 혁신이고 트렌드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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