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채시즌이 시작됐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취업의 첫 관문 통과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구직자라면 누구나 여러 번 써 봤기 때문에 통달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이력서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구직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취업포털 커리어 경력개발연구소의 노은희 대표컨설턴트는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읽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기억에 남지 않는 장문보다는 짧지만 분명하게 말을 전달하는 단문이 훨씬 잘 읽힌다"며 "단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작성 전에 자기소개서에 관한 예문을 많이 읽어보고 실제로 여러 번 써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은희 대표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알아본다. ◇성장과정='저는 강원도 강릉시에서 인자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사이에 첫째로 태어났습니다. 그 무엇보다 도전정신을 재산으로 물려주고 싶어 하셨던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말씀을 통해 낯선 장소에서도 쉽게 적응하는 법과 높은 집중력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서 성장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고루한 문구들이다.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의 고향에 대한 정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일반적인 부모님에 대한 소개는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개인의 자라온 인생을 연대기형태로 적는 것이 성장과정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소개서의 성장과정 항목에서 보려는 것은 지원하는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자질과 역량 등을 어떻게 갖추게 됐는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영업직에 지원한다면 진로를 영업직으로 잡게 된 배경이나 그 직무역량과 연관된 에피소드 등을 1~2가지만 골라 기억에 남도록 작성하는 것이 좋다. ◇학창시절='저는 대학 재학 중 과외와 서빙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습니다.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는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턴에도 참여했으며, 공모전에도 도전해 좋은 수상 실적을 거뒀습니다.' 학창시절 경험은 진출 분야에 맞춰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다. 아르바이트는 어떤 일을 했다라는 정보의 나열보다는 그 아르바이트 기간의 성과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효과적이다. 인턴과 공모전 역시 구체적인 활동 내역을 소개하고, 어떤 실적을 거뒀는지 표현하는 것이 좋다. 간혹 수십여 개의 공모전 참여 및 수상 실적을 자랑하듯 늘어놓는 지원자가 있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원하는 지원자는 만능 멀티플레이어가 아니라 그 기업과 직무만을 위해 준비한 맞춤형 지원자이기 때문이다. ◇성격 및 장단점='지나치게 꼼꼼한 면 때문에 진행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외국 영화를 볼 때도 조연들의 잡담을 번역한 대사조차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자주 되돌려보는 것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이런 꼼꼼함이 업무를 하는데 있어 실수가 적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꼼꼼함을 유지하면서도 업무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꼼꼼함'은 사회 생활을 할 때 어떤 일을 하든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많은 구직자들에게 특히 필요한 역량이다. 따라서 직무에 필요한 성격적 요소를 고려해 차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꼼꼼하기에 업무처리 속도가 늦다는 내용만 적고 어떻게 그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본인이 노력하고 있는지 제시하지 않아 단순히 단점이 단점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성격이나 장단점을 적을 때에는 반드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작성해야 한다. ◇입사동기='저는 A사에서 1년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주 업무가 기획이었는데 심층적이진 않지만 앞으로 제가 나아가야 할 천직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따라서 귀사에서의 기획직은 제가 과거에 했던 업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업무 경험과 열정을 통해 제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겠습니다.' 지원 동기는 채용담당자가 '왜 꼭 이 회사여야만 하는지'를 보고 싶은 부분이다. 또 자기소개서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단순히 관련 경험을 해봤다는 이유로 지원했다는 내용은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지원했습니다'와 같다. 따라서 자신의 적성과 비전이 지원분야에 얼마나 적합한지와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의 경영이념, 회사문화 등을 자세히 알아본 뒤 그 기업의 특성에 맞게 지원 동기를 기술하는 편이 좋다. ◇입사 후 포부='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으며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 적성에 맞고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일인가가 중요하겠지만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실한 인재가 되겠습니다. '최선''열심히''성실한'과 같은 말은 보기에는 좋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추상적인 단어다. 또 지원 회사를 바꿔 지원해도 무관할 만한 이런 표현은 기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으며 '묻지마 지원' 형태로 보여질 수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해 자세히 조사한 뒤 회사의 비전과 본인의 희망직무와 연관 지어 포부를 밝히는 게 좋다.
▦인자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사이에서…→부모ㆍ고향 등의 정보는 관심사항 아님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턴에도 참여해 우수한 실적을 냈고…→어떤 분야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꼼꼼한 게 단점이지만 장점으로 작용한 경우도…→단점이 어떤 노력으로 장점으로 바뀌었는지를 기술 ▦기획이 천직임을 깨달아…→왜 천직인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소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최선, 성실, 열심히 등의 추상적 단어는 지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