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중·일 정상회담 개회지 신경전

日 후쿠시마 제안에 韓·中 "안전성 때문에" 난색<br>반대땐 외교적 결례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오는 21일 일본에서 열리는 제4차 한중일 정상회담을 원전사고 발생 지역인 후쿠시마(福島)에서 개막하자는 일본 측의 전격제안에 3국 간에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11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후쿠시마시에 도착해 후쿠시마현 청사 등에서 정상회담 개회를 선언한 뒤 도쿄로 이동해 본회담을 하는 일정을 한국과 중국에 제시했다. 이 같은 제안은 3국 간 원자력 안전 협력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후쿠시마현 전체가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처럼 심각하게 위험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일본 측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의 이 같은 제안에 한국과 중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재난 당사국인 일본의 처지와 인접국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생각하자면 일본 측 제안을 수용하는 것을 검토해볼 만하지만 아직 후쿠시마 등지의 방사능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정상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후쿠시마 방문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게다가 이 같은 점을 모를 리 없는 일본 측의 제안 자체가 외교적 결례로 여겨질 수 있어 한국과 중국의 대응이 더욱 어렵게 됐다. 일단 일본 측 제안에 중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원 총리에게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중국 측의 이 같은 입장은 미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반경 80㎞ 이내에 거주하는 자국 국민에게 대피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현의 상당 부분은 바로 원전 반경 80㎞ 이내에 들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 대통령이 일ㆍ중 정상과 함께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仙臺)시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우리 총영사관이 주재하고 있는 센다이시가 대지진 참사 피해를 입은 주요 지역 중 하나이며 우리 교민의 피해도 가장 컸던 곳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 지역은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100㎞ 가까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후쿠시마 개막과 이 대통령의 센다이시 방문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일본 방문 기간 센다이 등 일본의 재난지역을 찾는 것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이 이들 지역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한중일 정상회담의 개최지는 분명히 도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중국 방문 때 쓰촨(四川) 대지진 현장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찾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일본 방문에서 방사선 유출 지역을 찾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지난 4월 일본 방문 때 센다이 지역을 찾은 적이 있다"면서 "이 지역에 대한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008년 5월 대지진 참사를 겪었던 중국 쓰촨성을 전격 방문해 중국은 물론 주변국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5월2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쓰촨성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후 주석은 감사하다는 뜻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준비를 지시, 쓰촨성 방문이 전격 성사됐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구상에 따라 3국은 센다이에서 정상회담 개회를 선언한 뒤 도쿄로 이동해 본회의를 하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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