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심층진단] '예산안 12월1일 본회의 자동부의' 실효 논란

국정감사 등 정치 일정 산더미… 시간 쫓겨 졸속·부실심의 우려

여야가 올해부터 11월 말까지 새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안을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기로 했으나 졸속심의 우려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과연 9월 초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 등 산적한 정치일정을 소화하면서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제때 끝낼 수 있을지와 더욱이 시간에 쫓길 경우 예산, 세법 등을 졸속과 부실로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2012년 5월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새해 예산안(기금과 임대형민간투자업 한도 포함)에 대해 감액·증액 작업을 11월 말까지 최종 합의해야 한다. 합의를 하지 못하면 12월1일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하도록 하는 일종의 강제장치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예산안이 해를 넘겨 1월1일 새벽에 '지각처리'하는 구태는 사라질 것으로 기대됐다.

문제는 여야가 예산 총수입과 총지출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감액·증액에 대한 합의는 물론 세법 등 예산부수법안까지 같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여야는 2014회계연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세법은 12월31일 심야에, 예산은 지난 1일 새벽5시반에야 겨우 처리할 수 있었다. 여야는 논란 끝에 총지출은 정부안보다 1조8,805억원 줄인 355조8,200억원, 총수입은 정부안보다 1조4,400억원 줄인 369조3,000억원으로 각각 확정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한 위원은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직전 심야에 예결위 전체회의가 열릴 때 불과 10분 전쯤 예산심사 결과를 봤다"고 말했다.


만약 여야가 11월 말까지 세출예산에 합의하더라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수정하는 데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기존 세법에 따라 예산 총수입안을 다시 짜서 제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세법 협상 때마다 격한 마찰을 빚는 여야 관계로 볼 때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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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정기국회에서는 시정연설, 교섭단체 대표연설(2일), 대정부질문(5일), 국정감사(20일), 상임위 법안과 예산 심의(15일 안팎), 예결위 종합정책 질의(5일)와 예산안조정소위(15일), 전체회의, 본회의(통상 7~10회) 등 처리해야 할 정치일정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결국 예산안과 세법 개정을 순수하게 논의하는 기간은 한달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치적 쟁점이 발생해 국회가 공전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 기간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실제 지난해도 민주당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장외투쟁을 하다 10월부터 정기국회 일정에 참여했었다. 또 여야 간 우선 처리 법안도 입장차가 워낙 커 쟁점법안에 합의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극심한 진통 끝에 예산안이 통과된 후 1일 오전10시반에 통과된 게 단적인 예다.

여야는 심지어 지난해 정치공방을 거듭하다 정기국회 전 마무리해야 하는 결산마저도 정기국회 기간에 허겁지겁 해치웠다.

이에 따라 여야는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을 마련하며 정부의 예산안 국회 제출시기를 현행 회계연도 90일 전(10월3일)에서 3년간 매년 열흘씩 앞당기도록 규정했다. 2017년 예산안부터는 9월3일까지 국회에 정부안이 넘어온다. 지난해는 10월2일에 넘어왔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여야가 대결과 갈등, 투쟁 일변도의 구태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 공존의 정치문화를 형성하지 않는 한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제때 처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김기흥 경제산업조사실장은 "이런 식이라면 11월까지 예산과 세법을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처리해도 졸속 부실심사가 심화될 것"이라며 "결산과 국정감사를 상반기에 끝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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