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학이 특허비 대주고 계약 주선 '될성부른 창업' 적극 지원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2부. 선진교육 현장을 가다<br><8> 실리콘밸리의 고향 美스탠퍼드大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아래)의 탄생지가 스탠퍼드대(위)이다. 실리콘밸리의 신화들을 일궈낸 스탠퍼드대는 산학이 일체화된 생태계가 꾸려져 있다.

HP·구글·야후등 세계적 기업 창립자들의 모교
대학서 로고 디자인 제공·특허기술 빌려주기도
동문 기업인들 기부 물론 필요 강좌 개설 요청
대학은 역량 키우고 기업은 직원 재교육 '윈윈'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팰러앨토시는 맏형으로꼽힌다. 팰러앨토보다 몇 배 큰 새너제이시가 실리콘밸리에 포함되지만 팰러앨토의 한 가정집 앞의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를 기리는 팻말에서 새너제이의 넓은 땅과 많은 인구는 빛을 바랜다. 팰러앨토를 실리콘밸리의 중심에 있게 한 곳은 지난 1939년에 설립된 휴렛패커드(HP)의 창립자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첫 제품을 만들어 '신화가 된 차고'이다. 그러나 팰러앨토에서 눈을 잠시만 돌리면 실리콘밸리 신화들의 진정한 고향을 만날 수 있다. 스탠퍼드대가 바로 그곳. 실리콘밸리의 초석을 놓았다는 휴렛과 패커드의 모교다. 현 세계 IT기업 최강자 구글의 창립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역시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구글 이전에 인터넷을 지배했던 야후의 제리 양과 데이비드 필로도 마찬가지다. 야자수 나무와 적갈색 지붕 건물이 인상적인 캠퍼스에서 꼭 두 명의 천재들만 뭉친 것은 아니어서 시스코시스템스ㆍ선마이크로시스템스ㆍ익사이트 등도 스탠퍼드대에서 출발했다.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나온 김동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ㆍ국제경제연구부장은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창의력 뛰어난 수재들이 그저 우연히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다 세계적 기업을 일군 것일까. 구글의 유일한 초기 한국인 멤버인 데니스 황 총괄웹마스터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단연코 노(NO)"라며 구글이 스탠퍼드대의 세례를 실제로 받은 사례들을 증언했다. "구글의 최초 버전이'google.stanford.edu'예요. 구글 창립 2년 전 만든 이 버전을 대학 사이트에 올리지 못했다면 구글은 없었을지도 모르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의 일개 연구 프로젝트가 세계 최대 IT기업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의 창업자금을 사실상 마련해주다시피 하고 구글의 로고를 디자인해준 사람도 스탠퍼드대 교수들이였다. 구글 초기의 핵심 특허기술을 가지고 있다 빌려준 곳도 대학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스탠퍼드대 공대 교수 상당수는 그들 스스로가 훌륭한 엔지니어이자 벤처투자가로 성공한 백만장자"라면서 "스탠퍼드대에서 될성부른 창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탠퍼드는 대학이 나서 특허사무소를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특허출원 비용을 지원하고 해당 특허의 라이선스 계약까지 주선해 소위 '대박'을 터뜨려주고 있다. 스탠퍼드대 한국동문회의 한 관계자는"학생들의 성공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잘 갖춰져 창업을 생각하는 이공계 인재라면 학부든 대학원이든 스탠퍼드를 거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MBA가 스탠퍼드대에서는 건재한 것도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라고 대학 측은 분석했다. 상아탑의 배려로 큰 돈을 번 스탠퍼드의 동문 기업인들은 단순히 모교에 기부금을 내 보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학과 후배들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거액의 장학금과 첨단 장비 및 연구기기를 쾌척하면서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강좌들을 콕 찍어 개설해달라고 학교 측에 적극 요구한다. CEO부터 말단직원까지 각자 위치에서 적합한 최신 재교육을 받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스탠퍼드는 최고 교수진을 새로 짜거나 영입하고 여기에 노련한 행정직원들을 투입해 새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면서 대학 자체의 역량은 커나가고 졸업생들과 캠퍼스에서 혹은 원거리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며 재학생들은 질 높은 내공을 칠판 앞에서 쌓아나갈 수 있다. 경영에 골치를 썩고 있는 난제에 스탠퍼드발 최신 솔루션을 재충전한 기업이 다시 고지를 점령할 가능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한 스탠퍼드대 공대 교수는 "창업을 훌륭한 논문 이상으로 중시하고 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인 스탠퍼드의 문화 속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지 스탠퍼드에서 연구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며 웃으면서도 "산업과 학문이 하나된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인 것 같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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