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래 생존 위기의식이 여신사 싸움판 키운다

IC단말기 분담금 충돌… 신상품 표절 논란… 車 할부금융 갈등…


여신금융업계는 최근 '전쟁'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과 같은 외형 경쟁이 아니라 얼핏 소소한 소재에 대해서도 자존심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IC단말기 분담금을 둘러싼 카드업계의 충돌에서부터 신상품 표절 논란, 여기에 최근 카드복합 자동차 할부금융의 존폐를 놓고 벌이는 다툼까지…, 아슬아슬할 정도로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 간 감정의 골도 패이고 있다. CEO 모임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얼굴을 붉히는가 하면 일부 CEO들은 사석에서 대놓고 경쟁사 CEO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여신업계의 대립이 유독 극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파이(점유율)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CEO들의 절절한 생존 위기 의식이 배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의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은 5,17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수치만 보면 장사를 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보 유출 3사의 영업정지 여파에 세월호 침몰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이 반영되는 2·4분기 이후 영업 환경은 잿빛이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은 어렵고 규제는 늘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이른 시일 내 적자를 보는 카드사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카드사 CEO는 "이대로 가면 일부 회사의 경우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를 깊게 하는 것은 우선 갈수록 심해지는 당국의 규제다. 실제로 지난 수년 카드업계는 자영업자들의 '솥뚜껑 시위'가 일어난 후 수수료 인하 압박이 가해진 데 이어 건전성을 명분으로 한 레버리지 비율 규제 등에 신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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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에는 카드 부가 서비스 5년 내 축소 금지, 결제 알림 문자 서비스 무료화, 중소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수익 저하를 일으킬 요인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캐피털사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캐피탈과 아주캐피탈 등 대형 캐피털사들은 알토란 같은 수익원이던 오토론에 은행들이 진출하면서 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블루마켓이 블랙마켓이 될 상황이다.

결국 아무리 작은 수익 요인이라도 대립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IC단말기 설치 분담금을 놓고 지루한 싸움을 이어온 것에 이어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복합할부)을 두고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캐피탈과 대척점에 선 업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상품 취급 카드사를 포함해 중소 캐피털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느냐다. 현대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삼성카드는 지난해 이 시장 점유율이 28.2%로 가장 많다. 그만큼 절박하다.

현대캐피탈도 생존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사회적 논란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현대차에 대한 의존을 중장기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익원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이 갈등이 격화되는 데 대한 부담에도 우리카드가 4월 선보인 신상품에 대해 표절 시비를 제기하고 복합할부 상품에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생존 문제에 대한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여신업계의 최근 갈등은 해외에 나가지 못하고 국내의 한정된 시장에서 우물 안 다툼을 하는 우리 금융사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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