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 배제론이 이어지면서 연말과 내년 초 줄줄이 이어지는 각종 금융 유관기관의 수장에 민간 출신을 앉히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동안 각종 금융협회를 비롯한 유관기관은 퇴직관료들의 전리품으로 운영돼왔다는 점에서 관피아 척결의 리트머스 종이로 취급돼왔다.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은 '유관기관장에 관료 출신은 배제한다'는 대원칙을 정했고 이에 따라 업계 최고경영자(CEO) 출신 인사들이 차기 협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국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서울보증보험·서민금융진흥원 등과 같은 금융유관기관장에 대한 하마평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유관기관장에 관료 출신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협회들 외에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기관의 수장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11월 박병원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연합회가 가장 주목된다. 시중은행·지방은행·외국계은행 등을 회원사로 둔 은행연합회는 총자산 규모가 절대적으로 커 금융유관기관 중 맏형으로 인식된다. 임금도 성과급을 포함해 7억원을 넘는다.
유력 후보로는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이종휘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기업은행을 포함해 2차례 은행장을 지냈지만 관료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외됐다.
조 전 행장은 행장 재임 기간 대출최고금리 한자릿수 인하, 기술금융 활성화 등의 실험을 통해 창조금융의 반석을 다져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이사장은 우리은행장 시절 특유의 원칙주의로 우리은행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김승유·라응찬 전 회장 정도가 국내 은행산업 발전의 산증인으로 꼽히지만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됐고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적다"며 "조 전 행장이나 이 이사장은 현장감각도 살아 있고 과거 은행장으로서의 평판도 좋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이어 생보협회와 서울보증보험이 관심이다.
시장 출신인 장남식 회장을 선출한 손보협회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생보협회장 역시 업계 CEO 출신에서 뽑는다는 대원칙이 정해진 가운데 관전 포인트는 삼성 출신 선출 여부로 모아진다.
일단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과 고영선 교보생명 고문이다. 손보협회장의 경우 삼성은 맡지 않는다는 사전입장을 내비쳤는데 생보협회장을 노린 포석으로 해석됐다. 생보협회장과 손보협회장 두 자리 모두 삼성 출신이 맡을 경우 독식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생보협회장은 삼성 출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생보협회가 '임원의 업무공백을 차단하기 위해 차기 임원 선임시까지 현 임원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모피아 출신인 현 회장의 연임을 위한 '꼼수'로 '관피아' 금지의 정부정책을 역행하는 행위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김병기 사장의 임기가 끝난 서울보증보험도 민간 출신 인사로 가닥이 잡혔다.
내년 초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경우 은행연합회장으로 거론되는 이 이사장이 동시에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김윤영 신용회복위원장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