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바다 이야기

사행성 성인오락게임이 아니라 진짜 바다 이야기를 해야겠다. 바야흐로 바다의 계절, 여름이 아니던가.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고 평균 수심 3,800m에 이르는 이 넓고, 깊고, 유장한 품 안에 지구 전체의 물 98%가 담겨 있다. 바다는 최초의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한 어머니이자 다양한 생명체를 부양하고 있는 가장이기도 하다. 온도를 조절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대기를 순환시킨다. 인류가 이처럼 중요한 바다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20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중앙부의 온도가 440도에 이르는 심해 분출구에서 폭이 30㎝도 넘는 조개, 길이 3m 이상의 갯지렁이가 발견돼 전세계 해양학자들을 경악시킨 것이 불과 지난 77년의 일이었다. 70도가 넘는 뜨거운 물속에서는 고등동물이 살 수 없다는 이전까지의 믿음을 완전히 뒤흔드는 발견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우리가 여전히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인류의 눈은 우주를 바라보고 있지만 실은 그 발밑조차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000만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 속 동물 대부분을 우리는 아직 보지 못했다. 식물이나 미생물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생물종의 숫자가 발견한 것의 4배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생물이 살고 있는 지역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깊이 1만1,034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꼽히는 마리아나해구에서부터 8,848m에 달하는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고작 20㎞ 남짓한 지역이다. 이 좁은 영역에 살았던 50억~500억의 생물종 가운데 99.9%는 이미 멸종했다. 그리고 멸종한 종들은 평균 400만년 정도를 살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먼 옛날의 조상까지 포함할 때 우리 인류도 딱 그 정도 시간을 살았다. 인류는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들지만 바다의 부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빙하가 녹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산화탄소로 인한 산성화로 해양생물 수천종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어 안타깝다.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 동안 진행된 바다의 화학적 성분 변화는 지난 수백만년 동안 일어났던 것의 수백 배 빠르기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바다는 화석연료가 타면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절반 가까이 흡수해왔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는 해조류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해조류는 훌륭한 바이오매스가 될 뿐 아니라 열대우림의 5배나 되는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보이는 종도 있다. 푸른 바다의 붉은 해초를 통해 바이오연료를 얻고 지구의 숨통도 틀 수 있는 진짜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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