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출범을 한달 보름 여 앞두고 임기제 기관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감사원장ㆍ검찰총장을 비롯, 한은총재ㆍ합침의장ㆍ각군 총장 등 주요 임기제 기관장의 임기를 놓고 지금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김각영 검찰총장의 교체설과 관련, “정치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혀 일단 검찰조직의 흔들림을 잠재우긴 했다. 그러나 공기업과 정부산하 기관장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고되면서 임기제 기관장의 거취가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직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임기제 기관장의 거취를 이렇게 `흔들기식`으로 거론하는 것은 모양새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임기제 기관장의 초점은 단연 검찰총장이다. 검찰총장은 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으나 지금까지 임기를 제대로 채우고 물러난 총장은 별로 없을 정도다. 그만큼 정치적 바람이 거센 자리기 때문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검찰총장의 임기제가 오히려 정치권의 외면으로 훼손 당할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특히 노 당선자가 `임기 존중`으로 보장을 했는데도 불구, 일부 정치권에서 퇴진으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석연치가 않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통념까지 들먹이면서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리는 지나친 데가 있다.
주요 임기제 기관장들의 보직 현황을 보면 감사원장ㆍ금융감독위원장ㆍㆍ공정거래위원장ㆍ방송위원장ㆍ합참의장ㆍ육군총장ㆍ해군총장 등은 다음달부터 시작, 금년 10월까지는 모두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가 내년 이후로 남아 있는 장관급 인사는 검찰총장(내년 11월)ㆍ한은 총재(2006년 3월)ㆍ공군총장(2004년 3월)ㆍ의문사 진상규명 위원장(2004년 4월)ㆍ국가인권 위원장(2004년 11월)ㆍ부패방지 위원장(2005년 1월) 등이 있다. 굳이 밀어내기식이 아니더라도 노 당선자의 임기 중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가능하다. 물리적으로 인사를 강제하는 것은 자칫 공직사회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우려도 있다.
정부의 개혁은 집권 초 6개월 안에 이루지 못하면 어렵다는 말도 있긴 하다. 따라서 역대 정권마다 집권하면서 개혁을 앞세워 나섰지만 성공한 경우는 드물었다. 가장 손쉬운 인적(人的)청산에만 역점을 두다 보니 시스템이 뒤따라 주지 못한 탓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지금도 통하는 진리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그 동안 정권이 몇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불구, 내년까지 16년 임기를 채우고 속투(續投) 가능성을 비추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기제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