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2월7일] 한국을 봉으로 보는 외국 IT업체들
정보산업부 임지훈기자 jhlim@sed.co.kr
“마이스페이스는 오리지널 서비스를 단순히 한글로 번역해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유지ㆍ관리비용도 얼마 들지 않았을 텐데 왜 1년도 채 안 돼 서비스를 중단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마이스페이스를 이용해온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당하게 됐습니다.”
지난 4일 글로벌 인맥사이트서비스(SNS) 1위 업체인 마이스페이스는 오는 18일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국내시장 철수를 선언한 것. 마이스페이스는 현재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투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 유일한 철수 이유다.
마이스페이스가 미국에서 성공했으니 한국에서도 당연히 잘될 거라고 판단했든, 아니면 정보기술(IT) 부문의 얼리어답터(초기 사용자)가 많은 한국을 ‘시험무대(테스트베드)’로 삼았든,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단기간 내 중단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인맥사이트의 경우 가입자들은 자신의 사진ㆍ기록 등을 해당 서비스 페이지에 축적하는데 서비스가 중단되면 지금껏 쌓아왔던 데이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해당 데이터가 단숨에 삭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가입자와 교류하기 위해 이 자료들을 다른 사이트로 옮겨오는 등의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외국 IT기업의 이런 행태는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 감마니아 등 외국 IT업체가 에버퀘스트 등의 유명 게임을 국내서 서비스하다 이렇다 할 성과가 나지 않으면 1년도 채 안 돼 바로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등의 일도 다반사다. 대작 게임의 경우 최소 2년 이상은 서비스가 유지돼야 이용자들도 서비스 중단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역시 게임 캐릭터를 애지중지 키워오던 가입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세컨드라이프ㆍ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에서 처한 상황도 마이스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사태가 도미노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행히도 이렇다 할 대안은 없어 보인다. 글로벌 업체들의 책임 있는 사업자세를 요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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